취임 100일도 안돼 ‘정권 호위’ 논란 휩싸인 김진욱 공수처장

이태훈 기자 입력 2021-04-06 11:49수정 2021-04-0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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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2021.3.16 사진공동취재단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고 선진 수사기구를 표방하며 올 1월 의욕적으로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본격적인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에 나서기도 전에 공정성 시비로 ‘정권 호위기구’ 논란에 휩싸였다. 공수처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논란과 ‘사건을 이첩해도 기소 권한은 공수처에 있다’는 김진욱 공수처장의 기소 우선권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면서 시작부터 공수처 신뢰에 금이 가는 모양새다.

공수처는 현직 대통령을 비롯한 6부 요인과 국회의원, 판사와 검사, 3급 이상 고위공직자 등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기 때문에 조사 절차와 내용에 있어 어느 수사기관보다 엄격하고 공정해야 한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도 1월 21일 취임식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고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함으로써 공정한 수사를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하지만 출범 석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공수처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및 수사무마 외압’ 의혹 사건에 연루된 친여 성향 검사들을 과도하게 배려하고 비호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나 공수처 수장으로서 공수처의 어느 구성원보다 중립적이고 공정해야 할 위치에 있는 김 처장이 ‘정권 비호’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공수처를 바라보는 국민의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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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처장은 지난달 7일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및 수사무마 외압 의혹 사건 피의자인 이 지검장과 경기 과천정부청사 내 공수처 청사에서 만나 면담조사를 했다. 검찰 조사를 앞도고 있던 이 지검장을 은밀하게 공수처에서 만난 것 자체가 여러 가지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큰 데, 김 처장이 검찰에 이첩한 수사보고서에는 조서와 면담 내용 없이 일시, 장소, 면담 참여자만 기록돼 있었다.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공익신고자는 이를 문제 삼아 김 처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고발했다.

특히 면담 조사를 한 날 정부과천청사 밖에서 이 지검장을 공수처장 관용차에 태워 공수처로 에스코트했다는 ‘황제 조사’ 논란이 폐쇄회로(CC)TV 화면 공개로 불거졌다. 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시절인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수사 중이던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중단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에서 피의자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검찰 소환에 4차례나 불응한 이 지검장에게 공수처장이 조사 특혜와 편의를 제공한 것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채널A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1월 김 처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역시 중립성과 독립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로부터의 중립, 기존 사정기구로부터의 독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김 처장도 “공수처가 선진 수사기구, 인권 친화적 수사기구의 초석을 놓아 국민의 신뢰를 받는다면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도 변화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공수처가 과거 문 대통령과 청와대 근무 인연이 있고 가장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 지검장을 검찰 수사로부터 보호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문 대통령이 강조한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또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살아 있는 권력’ 수사의 기초를 닦아 국민의 신뢰를 쌓아나가야 할 김 처장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살핀다는 비판을 받는 것 자체가 최고 수사기관을 자임하는 공수처의 수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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