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처장들 “부산대, 조국 딸 입학 취소해야 공정”

  • 뉴시스
  • 입력 2021년 3월 25일 14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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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공정관리위원회' 소집할 것…자율성 존중"
2015년 의전원 입학요강에 '입학 취소 가능' 명시
입학처장들 "허위라면 당락과 상관없이 취소 가능"
취소 않을시 "허위 제출해도 문제없다' 공격 우려"
고교학점제 위한 미래형 대입제도 개편에도 영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인 조민씨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부정입학 의혹을 조사하는 부산대가 결국은 입학을 취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교육계에서 나온다.

‘조국 사태’로 2019년 교육부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가능 항목을 대폭 축소하는 등의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놓았는데, 입학을 취소하지 않게 될 경우 입시 공정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어서다.

부산대는 25일 조민씨 의전원 부정입학 의혹을 자체 조사하기 위해 학내 상설기구인 ‘입학전형 공정관리위원회’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1명 이상의 외부위원을 포함해 2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당초 지난 1월 부산대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 관련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법령과 학칙에 따라 원칙대로 투명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교육부가 법원 판결과 관계 없이 부산대의 학칙에 따라 자체적으로 입학취소를 결정할 수 있다는 법률검토 결과를 내놓자, 부산대는 자체 조사를 거쳐 대학이 취해야 할 타당한 조치를 정하기로 했다.

부산대는 이날 “위원회의 자율성을 전적으로 존중할 것”이라며 “조사 방식이나 조사 대상 등 세부적인 향후 활동 계획은 위원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대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2015학년도 의전원 수시 ‘자연계 출신자-국내 대학교 출신자’ 전형에 지원해 최종 합격했다. 이 전형은 1단계에서 대학 학부 성적(30점), 토플 또는 텝스(20점) 그리고 자기소개서(서류, 20점)를 평가한다. 이어 1단계 합격자에 한해 면접(30점)을 치러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자기소개서다. 당시 부산대 의전원 모집요강을 보면 통상적인 지원동기, 그동안의 준비와 활동, 진로 외에 ‘수상장 및 표창 실적’을 기재하라는 항목이 있다.

아울러 ‘지원자 유의사항’에는 ‘입학원서 등 제출서류 미비 또는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르거나 서류의 변조, 대리시험 또는 부정행위자는 불합격 처리한다. 입학 후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한 사실이 발견될 경우는 입학을 취소하며, 졸업한 후에라도 학적말소 조치한다’고 명시됐다.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 추징금 1억3800여만원이 선고돼 법정 구속됐다.

1심 재판부는 정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관련 혐의 7가지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다.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 이를 허위 제출해 부산대 의전원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도 포함됐다.

부산대는 이날 조씨의 입학취소 여부는 “위원회 논의 결과에 따라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입학처장들 “허위 제출했다면 당락 무관 취소해야”
만약 조씨가 1심 판단과 같이 허위로 서류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대학 입학처장 등 실무 당사자들은 당락에 무관하게 입학 취소 사유가 된다고 본다.

수도권 대학 A 입학처장은 “당시 요강에 허위 제출시 입학 취소가 가능하다는 항목이 있다면 조씨 입학을 취소할 수 있다”며 “표창장이 허위라고 한다면 그 부분이 조씨 전형에 있어서 당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씨가 고교 재학 시절 작성했다는 병리학회 제출 논문이 ‘부당한 저자 표기’ 등으로 게재 철회됐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허위서류 제출 자체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비수도권 대학 B 입학처장은 “입학을 취소하지 않을 수 있는 어떤 근거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사견이지만 취소를 하지 않는다면 기존에 교육 당국이 해왔던 공정성 강화 방안조차도 공정하지 않다는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A 처장은 “현행 수시 전형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른 개편으로 공정성 문제를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허위로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입학이 취소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은 지난 2019년 ‘조국 사태’로 교육부가 내놓은 일련의 대책을 일컫는다. 조민씨 부정입학 의혹이 부산대 의전원에 국한하지 않고 대학과 고교까지 전방위로 번졌던 영향이다.

부모 영향력이 작용한다는 비판을 거세게 받던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비교과영역과 자기소개서를 2024년 완전히 폐지하고, 고교 학생부에는 소논문 기재를 금지시켰으며 개인봉사활동과 수상경력은 대입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이른바 SKY 대학을 비롯해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수능 위주 정시 모집 비율을 2023학년도까지 40%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이는 시험 대신 학생의 진로탐색에 초점을 맞춘 자유학기제, 고교학점제, 혁신학교 등 현 정부의 교육정책과 충돌하는 결정이었기에 여론에 떠밀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민씨 부정입학 의혹이 다시 점화되면서 교육부가 오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앞두고 착수한 미래형 대입제도 개편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경쟁이 치열한 사회다보니 객관적 기준이 아니면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라며 “수능 자체를 무력화하기보다 어떤 형식이든 실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서 시행하고, 별도의 사회적배려자전형을 확대해 부모 배경에 따른 격차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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