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해 주도한 민주당, 시장 배출 두렵다”…박원순 피해자 첫 공식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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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17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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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자의 메시지를 낭독하고 있다. 2021.3.17/뉴스1 © News1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자의 메시지를 낭독하고 있다. 2021.3.17/뉴스1 © News1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 A씨가 공식석상에 처음 모습을 나타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20일 앞두고 A씨는 2차 가해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이 시장을 배출할 경우 자신이 일상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호소하면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페미니즘 정당’을 표방하던 더불어민주당은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A씨에게 칼날을 들이밀었다.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바꿔 부르고 피해를 축소했으며 당헌을 개정해 서울시장 후보 등록을 강행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피해자지원단체들은 17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행사를 개최했다.

A씨는 자신이 직접 나선 계기로 “본래 (서울시장) 선거가 치러지게 된 계기가 많이 묻혔다고 생각한다”며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상처주었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궐위로 서울과 부산에서는 4월 7일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오 전 시장 역시 여성 직원 성폭력으로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는 당헌 제96조 2항에 지난해 10월 ‘전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넣고 공천을 강행했다. 당헌 개정 당시에도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당헌을 개정하는 꼼수까지 부리면서 권력 재창출을 위한 탐욕을 부린다”고 비판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를 내고서도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끊임없이 잡음을 일으켰다. 우상호 예비후보는 지난달 자신의 SNS에 “박원순 시장은 제게 혁신의 롤모델”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 등의 글을 올렸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에는 A씨를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하도록 주도한 남인순, 진선미, 고민정 의원이 합류했다. 안철수 후보가 박 후보에게 세 사람을 캠프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했으나 박 후보는 오히려 “여성비하 발언”이라고 반박해 논란이 일었다.

특히 남 의원은 지난해 검찰 수사에서 박 전 시장 고소 예정 사실을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포에게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임 특보에게서 이를 전해 들은 박 전 시장이 목숨을 끊어 A씨는 자신의 피해를 증명할 기회도 놓치고 박 전 시장의 지지자로부터 공격받으며 고통을 겪어야 했다.

A씨는 이날 강한 어조로 “저를 피해호소인이라 명명했던 그 의원들이 저에게 직접 사과하도록 박영선 후보님께서 따끔하게 혼내줬으면 좋겠다”면서 “그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저는 1월 남인순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는데 그분으로 인한 상처와 사회적 손실은 회복하기 불가능한 지경”이라며 민주당 차원의 징계를 요구했다.

이날 ‘함께 말하기’ 자리에서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을 고발한 지 252일이 되는 동안 정치권은 2차 가해에 급급하고 정쟁 도구로만 이용했다”며 “정치인 중 누구도 이를 제지하거나 피해자 편에 서지 않다가 선거철이 되니 때늦은 사과를 한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지난 8일 여성의날을 맞아 “피해 여성께 다시 한번 진심 어린 사과를 제가 대표로 드린다”고 했으며 A씨의 기자회견을 앞두고는 “참 죄송한 일이기 때문에 제가 그만큼 더 잘해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 대표와 박 후보의 사과에 대해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라며 “사과를 하기 전에 사실에 대한 인정과 후속 조치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은)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피해사실을 축소 왜곡하려 했고 ‘그분의 뜻을 기억하겠다’는 말로 저를 압도했다”며 “투표율 23%의 당원투표로 서울시장 후보를 냈는데 지금 (박 후보) 선거 캠프에는 저에게 상처 주었던 사람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그러면서도 “저의 회복을 위해 용서하고 싶다”며 “그분 잘못뿐 아니라 지금 행해지는, 상처줬던 모든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제 그분들이 조치하고 행동할 때라고 생각한다”라는 말로 기자회견을 끝마치며 더불어민주당의 행동을 촉구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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