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투명 페트병, 레깅스-가방 되어 돌아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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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3개 자치구-기업 손잡고 페트병 재활용 제품 선보여
‘더현대서울’서 8종 판매 시작
“자원순환 모범… 25개구로 확대”

다 쓰고 버린 투명 페트병이 레깅스와 가방이 되어 소비자들에게 다시 돌아왔다.

서울시는 각 자치구에서 수거한 투명 페트병으로 제작한 의류, 가방 등을 출시해 판매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에 첫선을 보인 제품은 레깅스, 가방 등 8종으로 섬유 소재 전문기업 효성티앤씨와 패션 브랜드 플리츠마마가 함께 참여했다. 제품은 이달 10일부터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그동안 단순 폐기물로 취급 받았던 투명 페트병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자원순환형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각 자치구에서 수거한 투명 페트병을 파쇄와 가공 작업을 거쳐 재생원료로 만들고 이를 소재로 원사를 제작해 제품을 만드는 식이다. 기존에 다른 자원 재활용과 달리 자원 순환을 통해 폐기물이 다시 소비된다는 점에서 순환경제의 모범 사례로 볼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다만 국내 수거 페트병의 오염도가 생각보다 심해 아직까진 국내 배출 페트병의 10%가량만 자원 재활용에 쓰이고 있다. 서울시는 자치구와 협업해 상태가 양호한 페트병을 계속 수집할 방침이다. 현재 투명 페트병은 서울시와 협약을 맺은 영등포구 금천구 강남구에서 수거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까지 약 100t 규모의 재생섬유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등포구의 경우 양질의 투명 페트병을 확보하기 위해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고 종량제봉투와 투명 페트병을 교환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1월 협약을 맺은 자치구 3곳의 지원을 받아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향후 25개 전 자치구로 수거를 확대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최근 달라진 환경 규제와 함께 친환경적 소비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 정부 지침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공동주택 1만7000여 단지(의무관리대상 단지 기준)가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이 의무화됐고 올해 말부터는 단독주택 및 상가에도 확대 적용된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친환경 제품 등 가치소비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생산 과정 등을 고려해 소비하는 가치소비가 늘고 있다”면서 “친환경 브랜드 입점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번 일회성 제품 출시에 그치지 않고 환경미화원 근무복 등 투명 페트병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미선 서울시 자원순환과장은 “이미 소비된 폐자원이라도 분리 배출만 잘되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폐자원을 활용한 자원순환 방법을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투명 패트병#레깅스#가방#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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