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정상체온, 1800년대부터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요

이혜란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입력 2021-03-03 03:00수정 2021-03-0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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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10년마다 약 0.03도씩 내려가
지금까지 정상체온 0.6도 감소
의학 기술과 냉난방 시설 발전
기후변화가 체온 변화에 영향
한 어린이가 체온을 재고 있다. 우리 몸은 37도 안팎에서 신체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현대인의 정상 체온은 우리 선조들보다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DB
19세기 독일 의사 카를 라인홀트 아우구스트 분더리히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환자 2만5000명의 겨드랑이 체온을 쟀어요. 수백만 번 측정한 결과 그는 사람 체온이 37도라는 기준을 1851년 처음 세웠지요.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기록을 분석한 결과 사람 체온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어요.

지난해 1월 미 스탠퍼드대 줄리 파소넷 연구팀은 19세기부터 기록된 미국인의 체온 기록을 분석해 정상 체온이 약 200년 동안 0.6도 내려간 사실을 보고했어요. 10년마다 약 0.03도씩 낮아졌지요. 1860년부터 1940년 사이 남북전쟁에 참전한 군인 기록 2만3710건과 1971∼1975년에 시행한 제1회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록 1만5301건, 스탠퍼드대 병원 진료 환자의 2007∼2017년 체온 기록 15만280건을 비교 분석한 결과예요.

연구팀은 체온이 떨어진 주요 이유로 ‘염증질환 감소’를 꼽았어요.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면 우리 몸은 열을 올려 병원체와 싸우는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데, 공중 보건이 향상되고 항생제 사용이 늘면서 체온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어요. 다른 원인으론 주거와 냉난방 시설이 개선되고 생활방식이 변화한 것을 들었어요. 외부 온도와 체온의 차이가 크면 우리 몸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근육을 떨거나 섭취한 영양분을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등 신진대사 활동을 해 열을 발생시켜요. 그런데 냉난방 시설이 발전하면서 체온 유지를 위한 신체 대사활동이 줄어든 것이죠.

○인체는 37도에서 정상 작동

포유류와 조류는 살고 있는 주변 온도와 상관없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정온(定溫)동물’이에요. 새는 42도, 돼지는 39도, 사람은 약 37도를 유지하며 살고 있어요. 같은 정온동물이어도 각각 체온이 다른 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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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영국 남극조사단 앤드루 클라크 연구팀은 “체온은 동물의 체질량 같은 신체 특성과 생물학적 습성의 영향을 받으며, 생태 등 생활환경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라고 추정했지요.

그렇다면 인간은 왜 하필 체온이 37도일까요?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인간의 몸은 37도가 유지될 때 혈액순환, 면역작용, 관절운동 등 다양한 신체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미국 아인슈타인의대 아르투로 카사데발 교수팀은 2010년 체온이 35.9∼37.7도로 유지될 때 인간의 몸이 가장 효과적으로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고 발표했어요. 그는 체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동물을 감염시킬 수 있는 세균이 6%씩 감소한다고 발표한 이전 연구에 이어 체온이 35.9∼37.7도일 때 가장 적은 에너지로 세균 감염이 효과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수학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지요. 그는 “이 연구가 인간이 정상 체온을 약 36.7도로 유지하는 것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어요.

체온은 효소 활성과도 관계가 있다고 알려졌어요. 효소는 우리 몸에서 수많은 생화학 반응을 촉진시켜요. 음식물을 분해해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소화효소를 비롯해 생명 유지를 위한 다양한 대사활동을 돕지요.

모든 신체 효소가 정상 체온에서 가장 빠른 반응 속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정상 체온 부근에서 활발히 반응해요. 낮은 온도에선 효소의 활동이 더디고, 일정 온도를 넘어서면 효소를 이루는 단백질 구조가 변형돼 촉매 기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답니다. 2014년 독일 튀빙겐대 한스 비스왕거 연구원이 낸 리뷰 논문에서 효소는 37도에서 활성도가 높으면서도 변성될 위험이 적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지요.

○기후변화가 인간 체온까지 영향

지난해 8월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기후변화의 경고: 폭염과 건강피해’ 보고서를 통해 기후 위기가 미래 세대의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발표했어요. 우리 몸은 더위를 느끼면 피부 표면의 혈관을 확장시켜 열을 방출하고, 땀을 배출해 체온을 낮춰요. 그런데 과도한 열에 노출되면 적정 체온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정상 체온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경고였죠.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면 바다, 강 등에서 수분이 증발해 습도가 높아지는데 이렇게 되면 땀 증발이 어려워진다는 거예요.

미 캘리포니아공대 콜린 레이먼드 연구팀은 지난해 5월 기상관측소 온도 자료와 기상모델을 이용한 압력과 온도 등의 40년 치(1979∼2017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미 일부 지역에서 ‘습구온도’가 생존 한계온도인 35도를 넘었다고 발표했어요.

습구온도는 온도와 습도를 함께 고려한 온도예요. 연구팀은 남아시아, 중동 페르시아 연안, 북미 남서부 연안에서 습구온도 35도 이상인 상태가 1, 2시간 지속된 것을 확인했지요. 연구팀은 “습구온도가 35도를 넘어가면 땀을 증발시켜 체온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극도로 습하고 뜨거운 열기가 4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자주 나타난다”고 말했어요. 강재헌 교수는 “지구온난화뿐만 아니라 기후변화가 가져올 극한 추위에도 건강이 위협받는다”며 “심부 온도와 외부 온도의 차이가 클 땐 몸에서 발생하는 열보다 몸 밖에서 빼앗기는 체온이 더 커 적정 체온 유지가 어렵다”고 말했답니다.

사람과 달리 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바뀌는 ‘변온동물’의 미래는 어떨까요? 스페인 오비에도대 생물다양성연구소 헤르만 오리사올라가 이끈 국제공동연구팀은 지난해 9월 기후변화가 어류, 양서류, 파충류 등 변온동물의 노화를 앞당기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했어요.

기온이 높을 때 변온동물의 성장이 가속화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졌어요. 연구팀은 “성장이 빨라지면 단백질과 유전자(DNA)에 활성산소가 산화적 손상을 일으키고, 염색체 끝부분에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도 더 빨리 짧아질 수 있다”며 “텔로미어가 빨리 손실되면 세포의 죽음이 빨라지고 신체 노화가 촉진돼 평균 수명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답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말단부에 있는 DNA 조각이에요. 세포가 분열되면 텔로미어가 짧아지는데, 이 현상이 노화를 유발한다는 설명이에요.

이혜란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ran@donga.com
#정상체온#감소#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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