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위기의 지방대, 각자도생 나선다

강성명 기자 , 명민준 기자 입력 2021-03-02 03:00수정 2021-03-02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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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로 미달사태 충격… 커리큘럼 등 과감한 조정 불가피
영남대, 조직개편으로 위기 대응… 동서대, 해외 스타트업 투자 MOU
경북대, 재학생 대상 융합학부 신설… 부경대, 프로젝트 온라인 강의 진행
장영수 부경대 총장이 지난달 26일 교내 대학극장에서 열린 오리엔테이션 행사에서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2021학년도 입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추첨을 통해 신입생 90명이 현장에 참석했으며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부경대 제공
“어떻게든 경쟁력을 키워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

부산의 한 사립대 교수는 최근 대학들의 분위기를 묻자 이렇게 표현했다. 사상 최다 정원 미달 사태를 기록한 2021학년도 입시 모집 결과를 놓고 대학은 침통한 분위기다. 부산에선 부산교대를 제외하고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한 4년제 대학이 지난해 약 3.7배 수준인 4600여 명의 신입생을 추가 모집했다. 대구·경북권 7개 4년제 대학도 1900여 명을 추가 모집했다.

대학가에선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유출 등으로 지방대의 위기가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란 말이 나온다. 경남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고교생 수를 보면 내년에 더 큰 위기가 닥친다. 이미 국공립대나 국책연구소 등으로 교수들마저 이탈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대학 내부에선 “물불 가리지 않고 정부 지원을 최대한 끌어 와야 산다” “커리큘럼은 물론이고 학사체계, 인원 등에 대한 과감한 조정이 시급하다”는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남대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학령인구 감소 등 급변하는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국제교육 부총장과 산학연구 부총장, 특임 부총장 등 3개 부총장을 신설하는 것. 이에 따라 기존 교육혁신(교학) 부총장과 경영전략(행정) 부총장, 의무 부총장과 함께 6부총장 시대를 열게 됐다. 특히 국제교육 부총장은 동남아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의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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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대 관계자는 “대학 경쟁력의 열쇠는 결국 학생들의 취업과 창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학은 최근 홍콩의 골드포드 그룹, G-Rocket 액셀러레이터, 시티랩스, 온차이나 등 4개사와 혁신 스타트업 투자 및 인재 양성을 위한 ‘GBA-Korea 컨소시엄 구성 및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GBA는 중국판 실리콘밸리인 웨강아오(광둥성+홍콩+마카오) 다완취(大灣區) 지역으로, 각종 규제를 없애 대외 개방을 확대 중인 국제 비즈니스 지역. 텐센트, 광치그룹, 핑안, 레노버, 초상그룹 등 중국 유니콘 기업 35개, 포천 500대 기업이 20여 개나 모여 있다.

이 같은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했던 국립대도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경북대는 올해부터 전국 국립대 가운데 처음으로 재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융합학부를 신설한다. 신입이나 편입이 아닌 2학년 이상 수료한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융합학부 제도는 국립대 가운데 경북대가 처음 시도한다. 신설 융합학부는 인공지능(AI), 의생명융합공학, 로봇 및 스마트시스템공학, 수소 및 신재생에너지 등 4개 전공. 융합분야 전공에 선발된 학생들은 학사과정에서 1년 6개월의 융합교육을 중점적으로 받고 석사과정에서 1년 6개월의 융합연구과정을 마치면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5년 만에 학·석사 학위 취득이 가능한 셈이다. 경북대 관계자는 “미래산업환경 변화에 따라 신설이 절실한 분야지만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른 입학정원 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 고심 끝에 마련한 제도”라고 말했다.

부경대는 주제별 프로젝트형 온라인 강의인 ‘문화아카이브’를 준비했다. 이는 한 주제를 놓고 다양한 전공 교수들이 강의를 개설하는 방식. 부경대가 소속 교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융복합 교양교과목 개발 연구모임’ 지원 사업을 통해 개발했다. 첫 학기 강의는 집, 밥, 옷, 술, 돈 등 일상과 밀접한 5개 주제로 진행된다. 교수들은 문화·예술, 인문, 과학기술, 정치·사회, 경제·경영 등 5개 영역별 학습주제와 학습목표로 강의 계획서를 만들기에 강의는 총 25개로 구성된다. 학생들은 집-문화·예술, 밥-과학기술, 옷-인문, 술-정치·사회, 돈-경제·경영 또는 집-공학, 밥-인문, 옷-정치·사회, 술-경제·경영 등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강의를 고를 수 있다.

부경대 관계자는 “하나의 전공능력을 갖춘 학생이 또 다른 전공을 습득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형 강의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통합적인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명 smkang@donga.com·명민준 기자
#지방대#각자도생#학령인구 감소#영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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