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1명분 더 뽑아내는 국산 주사기…접종 현장에선 혼란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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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1일 12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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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주사기가 백신 1바이알(병)당 접종 횟수를 예상보다 1~2회 더 늘리는 것으로 확인되자 예방접종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의견과 일선 의료현장에서 혼란이 커졌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바이알 속 백신 정량을 주사기로 뽑아낸 뒤 몸속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백신 1바이알당 여러 번 접종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정량 배분에 실패하면 남은 양을 버리게 된다.

◇화이자 백신 1바이알서 최대 7명분 추출…당국 “접종인원 증가 아냐”

방역당국은 지난달 26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국내에서 최초로 접종하면서 특수기술로 개발한 국산 주사기를 사용하면 1바이알당 일정량의 백신이 남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테면 최소잔여형주사기(LDS)를 사용하면 아스트라제네가 백신 접종량은 기존 1바이알당 10명에서 최대 11~12명까지 늘릴 수 있다. 화이자 백신도 기존 6명에서 7명까지 접종 인원을 늘린다.

LDS 주사기는 버려지는 백신 물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스톤과 바늘 사이 공간이 거의 없도록 만든 특수한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신아양행과 두원메디텍이 LDS를 만들고 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은 지난달 27일 화이자 백신 접종 현장에서도 “(백신) 동결한 것을 해동하면 0.45cc 정도 있다”며 “1.8cc 생리식염수를 섞으면 총량이 2.2cc 정도 되는데 (1회 주사량을) 0.3cc로 하면 7인분이 나온다”라고 밝혔다.

화이자 백신은 원액에 식염수를 희석해 주사하는 형태다. 이를 두고 화이자 백신을 ‘물백신’으로 오해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지만, 방역당국은 백신 특성에 맞는 투약법이라는 설명이다. LDS를 사용하면 백신을 추가로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지난달 27일 “접종 후 잔여량은 폐기량 감소를 위해 추가 접종할 수 있”라는 공문을 전국 의료 현장에 발송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공식적으로 백신 1바이알당 접종 인원을 늘리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혹시 모를 폐기량을 보완하려는 것일 뿐, 공식적으로 접종 인원을 늘리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백신 접종량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폐기량을 상쇄하는 차원이란 얘기다.

바이알당 허가된 화이자 백신의 총량은 6명분이란 게 질병관리청 공식 입장이다. 백신 잔여량 투여가 의무는 아니지만, 현장에서 가능한 상황이면 그렇게 진행하라는 것이다.

정경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접종 인력 숙련도에 따라 (1바이알당 사용량이) 6도스가 안 나올 수도 있고,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폐기량이 발생하면 충분한 인원이 접종하지 못해 폐기량 상쇄 차원에서 잔여량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사기 효과는 의료진 숙련도에 의존…전문가들 “무리하면 사고 발생” 경계감

결과적으로 의료 현장에서 탄력적으로 대응하라는 게 방역당국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내과 전문의는 “백신 폐기량을 줄이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의료진 숙련도에 따라 1바이알당 접종 인원을 늘리는 효과가 나타나거나 주사기만 버리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식적인 조치가 아니라면서도 공문을 내려보내 의료진이 알아서 대응하라는 식으로 조치하고 있다”며 “의료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신 보너스 추출은 미국에서도 그 사례가 보고됐다. 특히 화이자 백신은 미국에서도 7회까지 추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지난해 12월 백신 1바이알당 6~7회 추출해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해외에서도 화이자 백신 1바이알당 집종 인원을 7명으로 보는 것에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7회째 추출이 의료진 숙련도에만 기대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할 경우 백신 접종 현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변수가 많은 것도 문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접종자 수를 최대로 고정하면 현장이 너무 빡빡하게 돌아가 오류와 사고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79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한 만큼 백신 잔여량을 무리하게 추출해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많다.

정부가 확보한 코로나19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스, 얀센 등 5종에 7900만명분이다. 방역당국은 전 국민 70% 이상이 백신을 접종해 오는 11월까지 코로나19 확산을 자연스럽게 억제할 수 있는 ‘집단면역’을 달성할 계획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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