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라면 무료 나눔터 곳곳 2030 청년들이…

강승현 기자 입력 2021-01-28 03:00수정 2021-01-28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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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재취업 보릿고개’]영등포구 운영 ‘0원 마켓’ 가보니
방문객중 노년층이 절반 넘지만… 실직에 생필품 찾는 청년들도 20%
“당장 먹을것 구하기도 쉽지 않아”… 세살배기 아이 안고 온 30대 여성도
27일 서울 영등포구청 별관 무료 생필품 나눔터 ‘0원 마켓’에서 한 남성이 물건을 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정말 힘이 듭니다. 오죽했으면 이 날씨에 여길 나왔겠어요.”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청의 별관에 마련된 ‘0원 마켓’.

하루 종일 빗줄기가 이어진 궂은 날씨였지만 별관 바깥까지 차례를 기다리는 줄은 한참 이어졌다. 0원 마켓이란 영등포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민들을 위해 운영하는 무료 나눔터.

이곳에선 쌀이나 라면, 마스크, 기저귀 등 생필품 80여 종 가운데 최대 4개의 품목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영등포 구민만 이용 가능하며 월 1회 방문할 수 있다. 물품은 관내 기업 등이 상당수 후원했는데, 23일 이곳을 방문한 정세균 국무총리도 기부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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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평일에 열리는 이런 자리는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게 보통. 하지만 이날 현장에는 20대나 30대도 적지 않게 몰렸다. 세 살배기 아이를 안고 온 30대 여성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실직 상태도 덩달아 길어져 당장 먹을 것 구하기도 쉽지 않다”며 “돌봄 시설도 이용하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아이까지 데리고 왔다”며 속상해했다.

이들이 가져가는 생필품 종류도 예년과는 다르다. 일단 쌀이나 라면 등 ‘먹을 것’부터 챙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내놓은 품목이 80종이 넘지만 거의 대부분 식료품부터 담는다”며 “상담을 해보면 상당수가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거나 지원이 끊겨 생계 걱정을 하는 분들”이라고 귀띔했다.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도 자녀들의 실직으로 곤경에 처한 이들이 많았다. 역시 쌀 등 먹을 것 위주로 받아가던 한 70대 남성은 “코로나19 이전엔 자식들이 조금씩 도와줘 그럭저럭 살았는데,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조차 직장을 잃어 수입이 끊겨 버렸다”며 “가난해도 당장 먹고살 걱정을 하게 될 줄 몰랐다. 1년 가까이 겨우 버티고 있는 중”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영등포구에 따르면 이달 18일 구청 별관을 포함해 당산1동, 신길1·6동 등 3곳에서 개장한 0원 마켓은 지금까지 315명이 다녀갔다. 절반 이상은 60대 노년층이지만 일자리를 잃은 20, 30대 청년들도 20%를 넘는다. 구 관계자는 “지금은 기존 취약계층인 노년층에 청년들도 새로운 취약계층으로 편입되는 양상”이라며 “최근 주거 지원 등을 요청하는 이들이 15%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시 국민기초수급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초수급자는 12월 기준 37만226명으로 전년도(2019년) 31만8127명보다 5만 명 이상 늘어났다. 경기도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생필품을 나눠준 무료 나눔터 역시 26일 기준 4839명이 다녀갈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박화선 영등포구사회복지협의회 사무국장은 “당장 지원이 시급한데도 드러나지 않아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는 코로나19 취약계층이 크게 늘고 있다”며 “특히 젊은층들은 중장년층에 비해 도움을 호소하길 꺼리는 성향이 있어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당장의 생필품 지원도 중요하지만 나눔터를 찾은 시민들의 구체적 실태를 파악해 일자리 상담 등으로 연결하는 추가 지원 시스템 마련이 이뤄지길 당부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코로나#실직#0원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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