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도 끊긴 2030 ‘재취업 보릿고개’ 한숨

지민구 기자 입력 2021-01-28 03:00수정 2021-01-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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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재취업 보릿고개’]힘겹게 취업했지만 코로나에 실직
급여지급 끝나도록 알바도 못구해
“월수입 0원… 이제 어떡하나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장에서 잘린 뒤 구직급여(실업급여)로 버텼는데 그마저 끝나버렸어요. 지원서를 수백 장 내도 불러주는 곳은 없고, 더는 신청할 정부 지원도 없어 어떡해야 할지….”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취업 상담창구 앞에 앉아 있던 정찬희(가명·30) 씨는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중소기업 사무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던 그는 지난해 6월 해고됐다. 코로나19로 사정이 어려워진 회사는 인력을 50% 가까이 내보냈다.

벼랑에 내몰렸던 그에게 정부의 구직급여는 한 줄기 빛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 통장에 돈이 들어와 숨통이 트였다. 정 씨는 “매일 채용공고를 뒤지고 또 거절에 낙심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며 “하지만 6개월 구직급여가 끝난 뒤 코로나19로 단기 아르바이트도 없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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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고 구직급여에 기댔던 이들이 수급 기간이 끝나가며 절망의 터널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20, 30대 청년들은 구직급여 외엔 당장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가 사실상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재취업은 힘겨운데 모아놓은 자산도 없어 ‘최악의 보릿고개’를 맞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이 제출받은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구직급여 수급이 끝났거나 종료 예정인 이들은 66만7594명이다. 청년들은 구직급여를 고용보험 가입 기간 등에 따라 최장 240일까지만 받을 수 있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들은 경력을 한창 쌓을 시기에 코로나19로 기회마저 잃어버렸다”며 “이들은 수입도 없이 생활고를 견디는 ‘신(新)보릿고개 세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실업급여 6개월… 재취업 이력서엔 소식없고 빚만 쌓였다”

[2030 ‘재취업 보릿고개’]고용복지센터서 만난 청년들
카페매니저 실직한 28세 여성… “코로나로 콜센터 알바마저 끊겨”
‘국민취업지원제도’ 노크 20대 청년… “구직급여 종료 6개월뒤 오라네요”
전문가 “희망 줘야 보릿고개 넘어… 코로나 수혜 기업들 채용 앞장서야”


27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구직급여(실업급여) 수급 신청과 재취업 상담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고용시장은 여전히 얼어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젠 통장에 남아있던 돈도 다 떨어졌어요. 은행 대출이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요샌 그마저 쉽지 않다니 막막하네요.”

구직급여는 진즉 끝이 났다. 카페 매니저로 경력을 쌓아온 안수경 씨(28)는 이미 지난해 초 구직급여를 신청해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을 꼬박 채웠다. 그가 수년 동안 일했던 카페를 떠난 것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었다.

구직급여를 받는 김에 진로를 바꿔볼 생각도 했다. 컴퓨터그래픽 학원에 다니면서 관련 업종에 지원해봤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국 지난해 말 콜센터에서 2개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코로나19로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 연장계약이 어려웠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남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만난 안 씨는 “지금은 부모님 도움을 조금씩 받고 있는데, 부모님 형편도 좋지 않아 고민이 크다”고 했다.

○ 경력 대신 빚만 쌓여가는 청년들

고용복지센터에는 최근 취업은 고사하고 생계가 막막한 청년들이 적지 않게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일자리를 잃어 구직급여를 모두 지원받았지만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올 1월 1일부터 시행된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지원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젊은이가 많았다.

21일 찾아간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도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신청을 권장하는데도 상담 창구 7곳이 가득 차 있었다.

한 20대 청년은 “지난해 구직급여는 이미 다 받았다. 카드 빚만 늘어 절박한 심정으로 지원 자격이 되는지 알고 싶어 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 청년은 상담 창구에서 지금 당장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지원하기는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

월 50만 원씩 최대 6개월 동안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구직급여를 받았더라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수급이 끝나고 6개월이 지나야 자격이 주어진다. 청년은 “지금 당장 막막한데 그 공백을 어떻게 버티느냐”며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센터를 떠났다.

20일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만난 정은연(가명·27) 씨도 사정이 딱했다. 견실한 게임회사에서 그래픽 작업을 담당했던 그는 지난해 6월 계약 종료와 함께 짐을 쌌다. 코로나19로 인한 인건비 절감 차원이었다. 그때만 해도 정 씨는 큰 걱정을 하진 않았다.

“솔직히 어디든 취직할 거라 자신했어요. 코로나 시대에 게임회사는 더 잘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지난해 7월부터 구직급여를 받으며 오랜만에 좀 쉬자는 안일한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여름, 겨울에 코로나19 대유행이 반복되며 아예 사람을 뽑지 않아요. 요샌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듭니다. 이달 15일에 구직급여도 끝나 앞이 깜깜하네요.”

○ “청년들의 신(新)보릿고개 장기화될 수도”

많은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 청년’들은 더 고달프다. 자신만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20일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만난 김영직(가명·26) 씨는 음식점에서 일하다 지난해 말 권고사직을 당했다. 하지만 고용보험에 들지 않아 구직급여도 신청하지 못했다. 경험을 살려 서비스직 아르바이트도 지원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아버지가 몸이 편찮으셔서 일을 할 수 없어요. 어머니 수입도 적어 사실상 제가 부모님을 모셔야 합니다. 부지런히 일자리를 찾아봤는데 정말 이렇게 없을 수 있나요. 직장 구할 때까지 지원이라도 받고 싶은데, 센터에서도 뾰족한 수가 없다고만….”

문제는 청년 고용시장 위축이 금방 풀릴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부터 기업이 사람을 뽑지 않는 현상이 줄곧 이어졌고 실직자 지원을 위한 국가 재원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돼 올해 말부터 실물 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고용시장에 빠르게 반영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청년세대의 코로나19 보릿고개가 장기화되면 사회 전체의 고용 시스템이 흔들릴 수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 구직자에게 버티면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보여야 보릿고개를 넘기는데 고용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코로나19로 수혜를 본 기업 등을 중심으로 청년 채용을 늘리는 등 정부가 적극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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