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의 시대엔 진로개척형 인재 키우는데 역점둬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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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태 한국진로교육학회장

문승태 한국진로교육학회장(순천대 교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은 ‘진로개척형 인간’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문승태 한국진로교육학회장(순천대 교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은 ‘진로개척형 인간’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후 교육 방향성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교육의 주류로 부상한 비대면 교육과 대면 교육의 융합을 통해 코로나19 이후의 교육 모델 제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대면 교육이 자리 잡으려면 문제점으로 지적된 교육격차 해소와 온라인 교육 방법론 정립도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비대면 교육으로 길러주기 힘든 인성교육과 소통, 협업 능력을 어떻게 길러줄 것인지도 숙제로 떠올랐다.

자아 확립과 적성에 입각한 개인별 맞춤 교육을 강조하는 진로교육 전문가들은 비대면 교육의 일반화가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진로교육의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문승태 한국진로교육학회장(순천대 교수)은 “교육을 포함해 모든 것이 변하는 대전환의 시대가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라며 “철저히 학생 중심으로 생각해 틀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회장을 5일 만나 코로나19 시대의 교육과 진로교육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코로나19 시대에 왜 교육이 중요한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중에 코로나19의 습격으로 사회 변화가 더 빨라졌다. 위기 대응능력이 매우 중요해졌고 10년 걸린다던 백신 개발이 불과 1년도 안돼 이뤄졌다. 인간의 집단지성이 기술을 활용한 결과인데 위기 대처 능력이 중요함을 알려준 것이다. 예측하지 못하는 것들이 계속해서 인간을 위협할 것이다. 쌓은 지식만으로는 발전은 물론이고, 생존도 힘든 세상이다. 교육은 자신의 생존과 공동체를 위해 해야 할 일을 가르쳐야 한다.”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도 쉽지 않은데 생존도 만만치 않음을 코로나19 대유행이 보여줬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구체적 교육 목표가 있을까?

“‘AI를 지배하는 사람’인 융합형 인재를 기르는 데 있다고 본다. 인공지능과 대비되는 인간의 본질을 무시하고 성적과 점수 위주의 경쟁 교육으로 일관하다가는 ‘AI에 지배를 당할’ 인간을 키워낼 수밖에 없다.”

―왜 융합형 인재는 변화하는 시대에 생존과 적응에 강한가? 어떻게 융합형 인재를 기를 수 있는가?

“융합형 인재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창조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이들은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헤쳐 나갈 수 있다. 융합형 인재 육성의 기본은 학생 중심의 개개인이 존중받는 교육 시스템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도 위기를 극복하고 적응하며 스스로 진로를 개척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진로교육은 융합형 인간 육성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진로교육은 말 그대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나아간다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의미다. 미래 예측은 엄청난 내면적 사고가 축적돼야 가능한 것인데 진로교육은 바로 이것을 키워주는 교육이다. 그래서 진로교육의 목표는 행복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만족감을 느낄 때 온다. 교육이 먹고사는 수단으로 전락해서도 안 되지만 시대 흐름에 맞는 직업에 필요한 역량과 위기를 돌파할 수 능력을 길러주는 것은 꼭 필요하다. 진로교육의 실용적 측면은 자아 정체감 형성을 기본으로 하기에 교육의 본질에 가깝다. 여기서 길러지는 소통, 배려, 자신감, 자기 조절 능력은 민주시민으로서 역량을 키우는 데 밑바탕이 된다.”

―한국의 진로교육은 어떤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신 SKY와 서울 소재 대학 진학에 모든 것이 맞춰져 있다. 결과는 참담하다. 2020년 11월 현재 청년 실업률 8.1%, 대학생 3분의 1이 공시족, 2019년 대학 자퇴생 5만4735명이다. 간판과 지역을 기준으로 대학을 갔던 청년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설사 취업을 했더라도 신입사원 3년 내 퇴사율이 대기업 17%, 중소기업 40%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생애 전반을 아우르는 평생진로 교육이 안 됐기 때문이다.”

―진로교육의 구체적 방향성은?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즉 직무역량이 중요하다. 자신에 대한 이해, 긍정적 사고, 미래 직업의 형태와 여기에 필요한 요소가 포함돼 있는 진로역량이 길러졌을 때 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할 수 있다. 미래 세대들의 숙명은 AI와 더불어 협업과 경쟁을 동시에 해야 하므로 나는 ‘진로개척형’ 인간이 되지 않으면 그들의 미래는 어둡다고 본다.”

―결국 코로나19 이후 교육은 ‘진로개척형’ 인간을 길러내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진로개척형’ 인간이란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는 사람으로 그가 가진 문제해결력, 비판적 사고, 창의력, 협업력 등은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들이다. 교육이 교육종사자와 사회 기득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작용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기회의 사다리가 되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공감대가 형성되면 과감한 실행을 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에듀플러스#교육#문승태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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