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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두 살”…누명 벗고 새 삶 시작한 윤성여씨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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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1 08:46
2021년 1월 1일 08시 46분
입력
2021-01-01 08:44
2021년 1월 1일 0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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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가 지난달 17일 오후 수원지방법원 형사법정에서 열린 재심 선고공판에서 32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후 감격해 하고 있다. 2020.12.1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2020년 12월 17일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새 삶을 시작할 올해부터 두 살입니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53)가 과거의 아픔을 잊고 새 삶을 그린다. 스물두살 청년에게 씌워진 ‘살인자’라는 주홍글씨를 조금씩 지워가며 빼앗긴 지난 32년간의 공백을 채워가려 한다.
윤씨의 불행은 1989년 7월 시작됐다. 윤씨는 여느때처럼 일을 마치고 집에서 식사를 하던 중 영문도 모른 채 경찰들에게 연행됐다.
1988년 9월 경기 화성군에서 발생한 박모양(당시 13세) 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것이었다.
조사 과정에서 이뤄진 얼차려와 구타는 A씨의 입에서 허위 자백이 나오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범행 재연을 위해 불편한 다리로 넘지도 못할 담장을 넘어야 했고, 글을 제대로 읽지 못했던 탓에 조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도 모른 채 지장을 찍었다.
그는 그렇게 살인자로 만들어졌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무기수로 복역하던 그는 20년형으로 감형돼 2009년 8월 청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그렇게 청주에 정착한 윤씨는 누군가 나를 알아볼까 자기 자신을 철저히 감추고 살아왔다.
어둠 속에서 살아온지 10년째 누명을 벗을 기회가 찾아왔다. 경기 남부 연쇄살인 사건 범인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했다는 소식이었다.
재심을 청구한 윤씨는 2020년 12월 17일, 1년간 11차례 진행된 공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으며 살인자 누명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윤씨는 2021년 새하얀 도화지 위에 새 삶을 그리려 한다. 뉴스1은 윤씨를 만나 그동안의 삶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윤씨는 “전과자라는 신분을 벗고 새로운 신분을 가지게 됐다”며 “12월 17일은 내가 새로 태어난 날이고 올해는 두 살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 해”라고 말했다.
이어 “판사의 입으로 무죄라는 단어를 듣기 위해 그동안 고생했다. 선고의 순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멍했다”며 “긴장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선고 이후 그에게 커다란 삶의 변화는 없었다. 다만 삶의 활력소는 생겼다. 바로 이웃주민의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
윤씨는 “그동안 원룸에 살면서 옆방에 누가 사는지 알지 못할 정도로 서로에게 무관심했다”며 “뉴스에 나오고 난 뒤에는 많은 분들이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기도 한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이웃주민이 윤씨를 알아보고 “꼭 보고 싶었다. 억울함을 풀어 정말 다행이다”라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윤씨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이게 재미고 삶의 활력소지.”
윤씨에게는 올해 두 가지 목표가 있다. 바로 운전면허증 취득과 중등 검정고시 합격이다. 누군가에게는 쉬우면서도 소박한 목표지만, 윤씨에게는 위대한 도전이다.
청년시절부터 오랜시간 교도소에서 지냈고 불편한 다리 탓에 그동안 운전면허증 취득은 생각도 못했다. 또 글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탓에 30년 전 조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항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됐다.
윤씨는 “얼마 전 운전학원 등록을 마쳤다. 면허를 따면 안성에 있는 어머니(산소)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께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내용은 여기서 말하기는 부끄러우니 상상에 맡기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윤씨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 뒤 차근차근 다른 계획도 세워나갈 예정이다.
윤씨는 “코로나19로 내가 다니는 회사는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사정이 좋지 않다. 하지만 힘든 일이 있다면 좋은 일도 있지 않겠냐”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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