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피해’ 정부상대 소송 패소…“법령위반 아냐”

  • 뉴시스
  • 입력 2020년 12월 11일 14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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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단등, 한국·중국 정부 상대 손배소
법원 "환경정책기본법 적용 대상 아니다"
부작위 인한 국가배상책임 주장도 배척
중국 정부에 손배소…"관할권없다" 각하

미세먼지 오염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환경재단 등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은 재판 관할권이 없다며 각하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허명산)는 11일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안경재 변호사 등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우선 재판부는 이 사건은 환경정책기본법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1항은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해당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의 원인자가 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한국 정부의 환경 관련 법령상 의무 소홀로 국민이 환경기준에 미달한 미세먼지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해도, 이런 사정만으로 한국 정부가 개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령을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원고들의 환경권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 환경 관련 법령을 위반했음을 전제로 하는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담당 공무원이 미세먼지와 관련한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 객관적 주의 의무를 현저하게 다하지 못함으로써 그 행정처분이나 행정입법 등이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또 최 대표 등이 한국 정부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이 있다고 한 주장도 재판부는 “한국 정부의 부작위로 인한 법령 위반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어, 더 나아가 살필 이유가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함께 최 대표 등이 중국인민공화국(중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각하 판단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본안 심리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중국 정부에 대한 각 소는 우리나라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주권면제’를 이유로 중국 정부에 대한 소송의 청구 요건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주권면제는 한 국가가 다른 나라의 법정에서 재판받지 않도록 이를 면제해주는 원칙으로 관습법적 개념이다
앞서 최 대표 등은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 일원으로 오염물질을 수인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관리하지 않아 미세먼지 오염원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이 사건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또 한국 정부는 미세먼지의 원인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국민의 안전과 행복추구권을 보호할 의무를 게을리해 미세먼지 오염원으로 인한 피해를 가중시켰다며 함께 배상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았고, 시민들이 깨끗할 공기를 향유할 권리를 보장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특히 소송에 참여한 안 변호사는 “춘천에 있는 봉의산을 오른 뒤 갑자기 천식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안개가 자욱했고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다”며 ‘상세불명 천식’이라고 기재된 자신의 병원진단서를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경우 ‘주권과 안보를 침해한다’는 취지로 재판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 법원은 공시송달을 통해 재판을 진행해왔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관계인이 소송서류를 받지 못할 경우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다.

판결이 끝난 뒤 최 대표는 “3년 전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최악의 수준이었다”면서 “2~3년 동안 호흡기 질환을 가져오고,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공기청정기를 구입하는 것이 재산상 피해인데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배상을 받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정부가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문제에 적극 노력해달라고 소송을 해 10%라도 인정해줄 때 정부가 전향적으로 관심을 가진다고 한 건데 그 부분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노력을 안 했다고 본다”면서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40% 정도 나와 국경이 없기 때문에 중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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