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추가 확보와 함께 신속한 접종을 위해 계획을 앞당겨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정부는 백신 구매 현황을 발표한 8일까지도 안전성 검증 등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하루 만에 대통령이 물량 추가 확보를 언급한 것이다. 그만큼 현재 코로나19 3차 유행 상황이 심각한 탓이다. 결과적으로 겨울철 대유행이 우려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백신 확보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지시도 보건당국에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 국내 접종계획은 갈수록 불투명
영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8일 정부는 국내 백신 수급 계획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현재의 방역체계를 잘 지키면서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될 때까지 여유 있게 대처하는 전략”이라며 “우리가 너무 서두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계약을 완료한 백신 제조사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유일하다. 계획대로면 내년 상반기 우리 국민이 가장 처음 맞을 백신이다. 하지만 효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의학 전문지 ‘랜싯’은 이 백신의 3상 임상시험을 분석한 연구가들의 동료평가(peer-review) 결과를 8일 게재했다. 핵심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보다 더 저렴하고 배포하기 쉬워 개발도상국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간주됐다”며 “그러나 검증이 더 필요해 접종이 늦춰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도 “아스트라제네카가 미국 보건당국에 정보를 은폐하는 바람에 뒤처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부작용이 백신과 관계없다는 증거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늑장 제출하는 등 아스트라제네카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NYT는 FDA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긴급사용승인도 내년 1월까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FDA 승인 여부가 국내 접종을 제한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국내에 물량을 들여와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긴급사용승인을 내리기에 부담이 커진다. 승인이 늦어지면 접종시기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식약처는 여태까지 FDA 판단을 참고했기 때문에 FDA와 무관하게 허가를 내려면 식약처가 독자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제대로 평가해야한다”고 말했다.
● 백신 물량 추가 확보도 쉽지 않아
뒤늦게 문 대통령이 추가 물량 확보를 지시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영국만 해도 올해 말까지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3000만 회 분량을 공급받기로 했다. 하지만 7일(현지 시간) 아스트라제네카는 “400만 회 분량밖에 공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영국 공장 생산라인에서 문제가 생긴 탓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9일 “현재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특정한 연락은 못 받고 있지만 초기 물량이 들어오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아스트라제네카 쪽에서 도입하는 백신은 한국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우선적으로 돌린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 계약의 경우 ‘First Come, First Served(선착순 제공)’가 원칙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계약 순서에 따라 물량이 공급되기 때문에 일찌감치 입도선매한 선진국에 배당될 물량에 문제가 생긴다면 국내 공급은 후순위라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리스크 분산 측면에서 다양하게 백신을 구매했어야 했다. 돈이 많이 들더라도 다른 나라들이 선구매한 이유”라며 “정부의 늑장 구매로 인해 K방역이 무색하게 팬데믹(대유행) 종식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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