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 사과도 못받고 잊혀져가… 아들 미안해”

김태성 기자 입력 2020-11-23 03:00수정 2020-11-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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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 10주기… 故서정우 하사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편지
2010년 9월 광주역에서 고 서정우 하사가 포상휴가 뒤 부대에 복귀하며 찍은 사진(왼쪽). 2010년 11월 문광욱 일병이 해병대 연평부대에 배치된 직후 소대장이 찍어준 생전 마지막 사진. 김오복 씨·문영조 씨 제공
“사랑하는 우리 아들들 정우, 광욱에게. 10년 전 오늘 12시경. ‘엄마! 드디어 휴가 나가요’라며 들떠서 전화한 너의 목소리가 지금 이 순간도 생생하기만 하다….”

살았다면 지금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을까. 10년이 지나도, 10년이 하루같이 여전히 들려오는 아들의 음성. 아비와 어미는 아직도 “미안하고 미안하다”고 되뇐다.

2010년 11월 23일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목숨을 잃고 민간인 2명도 숨진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발 10주년을 맞았다. 서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 씨(60)는 10주기를 앞두고 아들과 문 일병에게 피눈물로 눌러쓴 편지를 22일 동아일보에 조심스럽게 전해왔다. 이 편지는 23일 오전 11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는 추모식에서 직접 낭독할 예정이다.

“10년의 세월 동안 중학생이던 네 동생들은 대학생이 됐다. 너희 친구들은 결혼해 아빠가 됐고, 광욱이의 조카는 초등학생이 됐다. (그런데) 너희는 여전히 스물두 살, 스무 살로 부모 맘속에 기억되는 아픔과 억울함의 10년이었다. … 소소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모든 게 멈춰진 채로 아무런 흔적 없는 지난 시간이 가슴 아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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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움을 토해낸 어머니는 미안하단 말만 반복했다. 김 씨는 “북한 포격으로 전사했는데도 사과 한마디 받아내지 못해서, 이젠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고 있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더 사랑하고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 미안해했다. 아들만 생각하면 “매일같이 마음이 아팠고, 억울했고, 그리워해서” 미안해했다.

10년 전부터 정부에 청해온 간절한 바람을 다시 한 번 꺼내기도 했다. 소원은 딱 하나뿐이었다. “북한에 당당하게 사과를 요구해 달라.” “국가가 해줄 최소한의 의무를 해줘야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이 진정으로 위로받을 것”이라 호소했다.

김 씨는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10년이 흘러도 아픔이 조금도 줄지 않았다.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가면 정우 생각에 울다가 온다”며 “북한이 자식들의 죽음에 사과하는 것만이 진정한 한반도 평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아픔을 품은 문 일병의 아버지 문영조 씨(58)도 해마다 11월 23일이 찾아오면 “마음이 더 아프다”고 전했다. 문 씨는 “2010년 10월 15일이 아들을 본 마지막 면회였다. 그때의 숨소리와 체온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며 “10년이 아니라 수십 년이 지나도 자식을 앞세우고 편할 날이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문 일병이 떠난 뒤 태어난 조카는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조카는 어릴 때부터 현충원을 따라다녀 삼촌이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어렴풋이 안다고 한다. 문 씨는 “그나마 손자가 삶의 위로가 된다. 아내는 물론이고 주변에선 말리지만 손자에게 ‘삼촌처럼 남자라면 해병대 입대도 괜찮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여전히 군에서 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는 장병들이 많더군요. 정부가 군에 간 자식이 부모 품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더 신경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연평도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치권에서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주길 바랍니다.”

아픈 상처에도 부모들은 세상 탓만 하며 10년을 보내지 않았다. 덧없이 떠난 자식의 이름으로 기부를 이어왔다. 김 씨는 2011년부터 “생전에 정우가 학비 걱정하는 친구들을 안타까워했다”며 아들의 복학 자금 등을 모아 아들의 모교인 단국대와 문성중에 장학금을 전달했다. 문 씨 역시 아들의 모교인 군장대와 군산제일고에 기부했고, 2016년 해병대 등에 장학금을 지원하는 덕산장학재단에도 성금을 보냈다. 문 씨는 “기회가 되는 대로 자식 같은 해병대 장병들을 위해 장학금을 더 기부하려고 한다”고 했다.

“평화라는 이름으로 북한의 도발을 애써 외면하며 비난 한마디 하지 않는 이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우리 모두와 두 아들이 이젠 억울함과 아픔 다 떨쳐버릴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저세상에서 못다 이룬 꿈도 다 이루고 안식을 찾도록 함께 기도해 주세요.”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연평도#포격#10주기#어머니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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