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또 담배회사 손 들어줘…500억대 소송서 건보공단 패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0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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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흡연과 폐암 발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 때문에 추가로 발생한 진료비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회사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홍기찬)는 건보공단이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보험급여비용 530억여 원을 배상하라며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담배회사 3곳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20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6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앞서 건보공단은 2014년 4월 흡연으로 인해 공단이 추가로 부담한 진료비가 총 533억 원에 달한다며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액은 흡연과 인과성이 큰 폐암 중 소세포암, 편평상피세포암,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 등 3가지 질병을 앓은 환자들 가운데 하루 한 갑 이상씩 20년 이상 흡연한 이들에 대해 건보공단이 2003~2013년 부담한 진료비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질병(폐암 등)은 개인의 생활습관과 유전, 주변 환경, 직업적 특성 등 흡연 이외에 다른 요인들에 의해 발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실제로 대기오염, 가족력, 과거 병력, 음주, 스트레스, 직업력 등 다양한 요인이 폐암 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4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흡연자와 가족 30명이 담배회사인 KT&G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2건을 모두 원고 패소 판결로 확정했다. 건보공단은 항소할 방침이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대단히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판결”이라며 “담배의 명백한 피해에 관해 법률적으로 인정받으려고 노력했지만 그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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