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범죄 실형은 가혹”…수원 코로나 장발장 항소 제기

  • 뉴스1
  • 입력 2020년 11월 20일 11시 36분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훈제계란을 훔쳐 달아난 이유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수원 코로나 장발장’ 사건의 피고인이 항소를 제기했다.

20일 수원고법에 따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47)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오는 12월17일에 열릴 예정이다.

사건은 제1형사부(노경필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A씨는 지난 3월23일 새벽시간대 경기 수원시 팔달구 소재 한 고시원에 침입해 5000원 상당의 훈제계란 18개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중 코로나19 사태로 일거리가 없어지고 여기에 무료급식소까지 문을 닫자 이같은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0월15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누범기간 중 범행으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도 A씨에게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 최저형량인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사실 A씨의 선고에 앞서, 재판부는 특가법 적용에 따라 실형선고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미리 고지한 바 있고 예상대로 A씨는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A씨가 동정전과 전력이 9건 있다 하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생활고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예상대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기 때문에 항소제기는 없을 것으로 보였지만 A씨는 지난 10월20일 수원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최근 울산지역에서 경미한 절도범죄에 특가법을 적용한 검찰의 기소는 다소 문제가 있다는 의견으로 법원의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A씨도 이같은 사례가 자신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해 변호인의 조력을 통해 항소를 제기했다고 변호인 측은 설명했다.

A씨의 1심을 맡았던 변호인은 “절도죄는 맞지만 항소심에 이르러 이 사건에 대해 위헌제청이 이뤄지면 후속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재판이 중지되고 그러면 결과도 달라질 것”이라며 “특가법 적용이 아닌, 일반형법(단순 절도죄 또는 야간주간침입절도죄)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 절도죄의 경우, 최소 적용되는 형량은 벌금형이고 야간주간침입절도죄는 징역 1월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변호인은 2심 재판부가 직권으로 헌재에 위헌제청을 하거나 검찰에게 공소장 변경을 요청해 주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항소심에서 검찰이 공소장을 바꿔준다면 굳이 헌재의 위헌결정을 기다릴 이유는 없다”며 “제일 좋은 것은 검찰 측에서 공소장을 변경해주는 방안이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이 열렸던 지난 6월25일 A씨에게 징역 18개월 구형했다.

검찰의 이와 같은 구형량은 A씨가 앞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돼 이미 재판을 받고 있었고 이외에도 여러 절도범죄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특가법 제5조는 절도관련 범죄로 ‘세 번’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절도범행으로 누범(累犯) 한다면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검찰사건처리정보시스템’(PGS) 프로그램에 사건기록, 전과 등을 입력하면 정해진 산출식에 따라 구형량이 결정됨에도 불구하고 A씨에 대해 사실상 구형량을 적게 내렸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었다.

한편 울산지법은 지난 10월6일 특가법(절도) 혐의로 기소된 B씨(40)에 대해 “생계형 절도범에게까지 집행유예가 허용되지 않고 징역형만을 적용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헌법재판소에 해당 법률의 위헌여부를 가려달라는 취지로 제청했다.

B씨는 지난 2019년 6월 울산 남구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3차례에 걸쳐 9만원 상당의 아이스크림 90개를 몰래 가져간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난 8월에도 주점 앞에서 취객을 부축하는 척하며 가방 안에서 현금 48만원과 4만원의 상당의 향수를 훔친 혐의도 있다.

B씨는 앞서 2001년 7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절도죄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것을 시작으로 6차례나 절도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데다 최근 범행 당시에도 누범기간 중이라 실형 선고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울산지법은 “최근 생계형 절도범죄도 다수 발생하고 있고 그와 같은 피고인이 벌금형을 받아도 실제 집행에서는 노역이나 사회봉사로 대체해야 하므로 벌금형 선고만으로도 충분히 형벌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B씨의 선고를 미뤘다.

 (수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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