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닫자 헌팅포차에 ‘다닥다닥’…마스크 안쓰고 ‘헬-러윈’

  • 뉴스1
  • 입력 2020년 10월 31일 2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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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데이인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번화가 2020.10.31/뉴스1 © 뉴스1
핼러윈 데이인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번화가 2020.10.31/뉴스1 © 뉴스1
핼러윈 데이이자 토요일인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도 많은 사람이 홍대와 이태원 등지에 몰렸다.

집단 감염 우려를 모았던 클럽들이 자체 휴업을 해서 예전 할로윈 때보다 방문객은 다소 줄어들었으나 곳곳에선 거리두기가 무너지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오후 7시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인근에 들어서자 핼러윈 분위기가 한눈에 느껴졌다. 각종 코스프레 분장을 한 젊은이들이 술집이나 음식점 등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비교적 좁은 길목에서는 앞지르기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붐볐다.

악마뿔 달린 머리띠를 하거나 각종 가면을 쓴 시민들이 밀려들었고, 조커 분장을 하거나 천사처럼 꾸민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대다수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했으며, 마스크 위에 기괴한 분장을 한 경우도 있었다. 목적이 ‘방역’인지 ‘코스프레’인지 확인되지 않았으나 방독면을 쓴 시민도 거리를 오갔다.

몇몇 시민은 거리에서 간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기 위해, 또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마스크를 내렸다. 분장이 망가지자 마스크를 장시간 내리고 립스틱 등으로 분장을 고치는 시민도 있었다.

일부 시민은 핼러윈 분장을 위해 마스크를 아예 착용하지 않았다. 얼굴을 하얗게 칠하고 수녀처럼 입은 한 남성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길 한복판에서 서성였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이 남성을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주변으로 몰려들면서 순신간에 ‘인파’가 형성됐다. 주변을 지나가던 한 시민은 친구에게 “저 사람 마스크도 안썼잖아”라고 속삭이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주요 클럽들이 핼러윈 기간 문을 닫으면서 몇몇 술집과 식당에 사람이 몰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즉석만남이 가능한 이른바 ‘헌팅포차’ 입구마다 수십 명이 다닥다닥 붙어 줄을 섰다. 문을 닫아 오히려 한산한 클럽 입구와 대비됐다.

홍대 야외 주차장에서 주차관리요원으로 근무하는 60대 A씨는 “토요일인 것도 있겠지만, 코로나 시국을 감안하면 오늘 사람들이 많이 몰린 거 같다”며 “차들이 주차를 못해서 몇 바퀴씩 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술집이 몰린 골목을 가리키며 “어제도 저 쪽에는 사람이 많이 몰렸었다”고도 했다.

핼러윈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나왔다는 30대 B씨는 “솔직히 코로나19 감염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그냥 보내기는 아쉬워서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진원지로 지목된 용산구 이태원 일대도 사정은 비슷했다. 평소라면 서있기도 어려울 만큼 인파가 쏟아졌던 ‘헬러윈 성지’인 것을 고려하면 인파가 적었으나 생활 방역을 무너뜨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방문객들이 QR코드 인증·발열 확인 절차를 거쳐야 번화가로 입장할 수 있는 방역게이트가 길목 곳곳에 설치됐지만, 인파가 몰리면서 이런 절차 없이 입장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호박 등을 걸어 헬러윈 분위기가 나는 일부 술집들에는 아예 자리가 없었다. 이곳에서도 입장을 위해 다닥다닥 줄 서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핼러윈 분위기를 취재하는 사진기자를 목격한 점원은 황급히 줄 사이 간격을 벌리도록 안내했다.

남산 둘레길을 산책하다 궁금해서 와봤다는 한 70대 부부는 “사람이 엄청 많다”며 혀를 내둘렀다. 부부는 “올해 처음 와봤는데 코로나19 감염 걱정이 많이 된다”며 마스크를 고쳐 썼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높은 만큼 바깥에서 구경만 하고 가겠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분장을 하고 이태원을 찾은 윤모씨(23)는 “친구들과 시간이 맞아서 올해 처음 핼러윈에 이태원에 오게 됐다”며 “상황이 상황인 만큼 사진만 찍고 바깥에서 구경만 하다 일찍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핼러윈 분장을 위해 가면을 쓰고 20대 초반의 한 커플도 “집에만 있다 보니 답답해서 올해 처음 와봤다”며 “9시~10시쯤 집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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