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난민심사 허위 조서 법무부도 책임”

박상준 기자 입력 2020-10-12 03:00수정 2020-10-12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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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재발방지 대책 권고
동아일보가 입수한 2015년 9월 작성된 법무부의 ‘난민심사 적체 해소방안’ 문건. 법무부는 이 문건을 통해 신속심사를 확대하면서 난민 심사 면접을 간소화하고 난민신청 사유를 검증하는 사실조사를 생략하라는 지침을 일선에 하달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법무부 난민심사 과정에서 면접조서가 허위 작성된 사건을 조사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담당 직원뿐 아니라 법무부도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가 사건 직전 도입했던 난민 신속심사 절차가 담당 직원들로 하여금 부실·허위 조사를 하도록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인권위는 이 같은 내용의 결정문을 이번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11일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달 10일 이 사건에 대한 법무부의 책임을 지적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의결했다. 인권위는 법무부가 난민심사가 적체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들에게 신속심사를 확대하도록 한 방침이 난민 면접조사 허위 기재 사태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로 판단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 소속 출입국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소속 난민 전담 공무원 2명과 경기 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 직원 1명은 2015∼2017년 난민 심사 과정에서 면접조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 난민신청자들이 면접 과정에서 “본국에서의 박해를 피해 왔다”고 진술하면 이를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등의 내용으로 적는 식이었다. 허위 기재로 난민 자격을 얻지 못한 피해자는 최소 57명에 달한다.

법무부는 적발된 직원을 지난해 7월 징계한 뒤 “정확한 통역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2018년 피해자들의 진정을 받아 이 사건을 조사해온 인권위는 법무부가 사건 발생 직전인 2014년 11월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신속심사 방안을 신설한 사실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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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이 제도를 통해 난민 신청자 가운데 법원 불인정 판결 이후 재신청했거나 체류기간 연장을 목적으로 신청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7가지 유형을 신속심사 대상자로 분류하도록 했다. 이들에 대해선 일반 심사에 비해 면접 시간을 대폭 줄이고, 사실조사도 생략해 건당 7일 이내 종결을 원칙으로 정했다. 사실조사는 난민 신청자가 본국에서 겪은 박해를 조사하는 절차다.

관련 법무부 문건에는 신속심사의 비율이 전체의 40%를 유지하도록 보다 폭넓게 적용하고 일반심사관은 월 20건, 신속심사관은 그 두 배인 월 40건을 심사해야 한다는 지침이 담겨 있다. 신속심사 업무를 했던 한 법무부 직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2015년 상부의 지시가 있기 전에는 모든 유형을 상세하게 면접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법무부의 신속심사제 운영 관련 자료와 담당 심사관들의 진술, 허위 기재된 면접조서 내용 등을 토대로 이 제도가 일선 직원들의 조서 허위 작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 법무부 장관에게 난민심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소 의원은 11일 “법무부는 공정한 난민심사를 위해 인권위의 권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점검해야 할 것”이라며 “난민에 대한 국민의 염려를 고려하되, 유엔난민협약과 국내법에 명시된 난민 신청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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