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힘든 진상 확진자에…“자부심 떨어져” 현장 간호사 증언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8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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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위 국감, 코로나19 현장 간호사 참고인 출석
"처우 열악하다 느껴…감염 우려에 가족들 염려"
"정부가 '영웅'의 품위 지켜줘야"…인력 증원 요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에 대한 처우가 매우 열악하고 감염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국정감사 증언이 나왔다.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를 돌봤던 간호사인 김진실 인천의료원 감염관리실 팀장은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화상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현장 실태를 들려줬다.

김 팀장은 “많은 시간을 공들여 근무하는데도 처우 개선이나 심리적 지원을 실질적으로 (정부가)해주고 있다는 게 살갑게 와닿지 못한다”고 했다.

김 팀장은 특히 “가장 불안한 것이 가족의 염려다. 확진자 병동 간호사들에게 물어보면 외래(진료) 거부가 많았고 배우자들도 확진자 병동에 근무한다고 하면 퇴사하라고 한다. 분리가 습관화돼 혼자서 밥 먹고 잠 자는 격리생활을 하는데 (코로나19가) 장기화 하면서 어려움으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가장 견디기 힘든 애로로는 일부 확진자들의 이른바 ‘진상 짓’과 찜질방에 들어간 듯한 ‘보호복 착용’을 꼽았다.

김 팀장은 “매스컴에서도 방영된 적 있는데 커피 심부름·택배 전달뿐 아니라 호텔 수준의 식단을 요구한다. 1병실 3명 입실이 원칙인데 1인실로 옮겨달라거나 다그치며 재촉하길래 가 보면 의료와 관련없는 개인적 요구를 하는 것은 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사실 격리(입원)하다보면 출입 제한이 돼 스스로가 왔다갔다 할 수 없어 답답하고 힘들었을 것”이라면서도 “당당하게 과한 요구를 자주 해오면 업무에 많이 방해가 된다. (확진자에게) 상황을 얘기하고 협조 요청을 할 때마다 전문직으로서 이 일이 맞는지, 자부심이 떨어지고 자존감이 저하된다”고 토로했다.
김 팀장은 또 복지위 소속 의원에게 의료진 보호장구 착용 경험이 있는지를 되묻고선 “전신 보호복을 입으면 찜질방 찜질을 하고 나오는 기분이다. 손발 어느 한 곳 땀이 안 나는 데가 없다. 땀이 바깥으로 나가지도 않는다”며 “보호복 착의 시 숙련자도 10~20분이 걸린다. 기본적으로 확진자 병실에 2번 들어가는데 1시간은 입고 벗는데 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다만 국내 첫 환자를 치료했을 당시를 떠올리면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저희 병원에 1번 환자가 왔었다. 1번 환자가 보낸 ‘의료진은 영웅입니다’라는 메시지는 뿌듯하게 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선 “저희(의료진)들이 영웅이라면 영웅의 품위를 지켜줬으면 한다. 어떠한 보상·지원 체계가 없다”며 “(늘어나는) 환자 수와 함께 중증환자가 내원한다면 그에 맞게 간호사(의료인력)를 늘려야 하는데 배치 기준조차 없다. 병원 재량에 맡긴다는 게 많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환자를 돌보는 일은) 연속적이기 때문에 휴식 시간을 더 줘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인력을 맞게 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참고인 증언을 경청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진의 심리 회복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감염병 인력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된다는 지적도 적절하다”며 “전담간호사 보조금이 일반 의료기관에도 지급하고 보다 적극적인 심리치료 지원을 위한 내년 예산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데 뜻을 같이 모아달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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