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유골함 깨졌다” 길거리서 슬퍼하던 60대 노신사, 알고 보니…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9월 29일 11시 08분


주택가 골목에서 승용차에 부딪힌 뒤 “부모님 유골함이 깨졌다”라며 슬피 울던 60대 노신사가 사실은 상습 사기꾼인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부산 남부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월 중순 남구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승용차를 몰고 가던 30대 여성 A 씨는 ‘쿵’하는 소리에 놀라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갔다.

차 문을 열고 나가니 검은 상복 차림의 남자 B 씨(60)가 깨져진 사기그릇을 만지며 “부모님의 유골함이 깨졌다”라고 말하며 슬퍼하고 있었다.

‘사망진단서(화장장)’이라고 적힌 봉투도 있었다.

이 남성은 합의금 및 위로금 명목으로 현금 30만 원을 요구했다.

당황한 A 씨는 지갑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 30만 원을 남자에게 주고 현장을 떠났다.

이후 A 씨는 혹시 뺑소니로 신고 당하지 않을까 걱정돼 지난 6월 19일 남부 경찰서에 사고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B 씨가 고의로 낸 교통사고로 판단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얼마 전에도 똑같은 내용의 사고가 한 건 접수됐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건이 모두 11건 있는 것을 찾아낸 남부서 교통사고 수사팀은 3개월간의 수사를 벌인 끝에 B 씨를 상습사기 등의 혐의로 최근 구속했다.

B 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 7월까지 부산과 경남 일대에서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깨진 백자 사기그릇을 담은 종이가방을 들고 주택가 골목을 배회하다가 승용차와 고의로 부딪힌 뒤 부모님 유골함이 깨졌다고 슬퍼하는 수법으로 총 11차례에 걸쳐 109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폐쇄회로(CC)TV가 없고 차량 통행이 적은 주택가 골목을 범행 장소로 정하고, 깨진 백자 그릇과 사망진단서(화장장)가 담긴 서류봉투를 준비해 다니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승용차와의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오른팔에 실리콘을 이용한 보호장치를 만들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피해자 11명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액이 소액이고, 유골함을 깨뜨렸다는 미안함과 함께 액땜이라는 생각이 들어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비슷한 수법에 피해를 당한 운전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사한 피해를 당한 시민들은 남부서 교통사고 수사팀(051-610-8149)으로 연락해 달라"라고 부탁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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