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버스업체들 “웃돈 포기… 개천절 집회 운송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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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 시-도 조합중 11곳 동참

“추석 귀성객 수송 및 불법 집회 차량 임차에 동참하지 않습니다.”

전남 광양에서 전세버스 업체를 운영하는 이귀식 대표(61)는 최근 사비를 털어 한 지역신문에 광고를 게재했다. 응원 문구도 함께 넣은 이 광고는 지역에서 반응이 좋았다. 이 대표는 “요즘 같은 시국에 너무나 소중한 기회지만, 코로나19 방지를 위해선 희생이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최근 몇몇 시민단체는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다음 달 3일과 9일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지난달 15일 광복절 집회에 참가한 이들이 탔던 전세버스 업계에서 먼저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실 업계 형편만 보자면 이는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이 대표는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직원 월급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빚이 불어나 버스 3대를 내다팔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가족들은 지금이라도 사업을 내려놓자고 보챌 정도”라며 “눈 딱 감고 다녀오면 직원 1, 2명 월급이 나오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에서 전세버스 업체를 운영하는 강석근 대표(56)도 운행 거부에 동참했다. 강 대표 역시 사정이 열악한 건 마찬가지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통학버스 일도 끊겼고 직장인들이 하나둘씩 재택근무에 들어가며 통근버스 계약도 구하기 어렵다. 강 대표는 “집회 참가자들이 전화까지 걸어 ‘앞으로 당신들 업체 쓰나 봐라’라고 으름장을 놓고 욕설까지 한다”며 “하지만 직원들이 ‘괜찮다’며 토닥거려 용기를 냈다”고 전했다.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15개 시도 조합은 충북을 시작으로 11개 조합이 집회 운행 거부를 의결했다. 버스 요청 자체가 없는 수도권 외 나머지 시도 조합 역시 조만간 운행 거부를 의결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경남 창원에서 전세버스 업체를 운영하는 안종주 대표(61)도 “요즘 집회에 참가하려는 단체들이 웃돈을 2배 가까이 부르며 운행을 종용한다”며 “힘들어도 버텨주는 가족들에게 떳떳한 가장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개천절 집회#전세버스#운송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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