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접종까지 ‘불안한 2주’…“돈 내고 지금 맞겠다”

  • 뉴스1
  • 입력 2020년 9월 23일 18시 08분


코멘트
정부가 독감 백신 유통 과정 문제로 무료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를 찾은 시민이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2020.9.23/뉴스1 © News1
정부가 독감 백신 유통 과정 문제로 무료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를 찾은 시민이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2020.9.23/뉴스1 © News1
독감백신 무료 접종을 하루 앞두고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가예방접종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문제의 백신은 22일부터 만 13~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무료접종하려 했던 것으로,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독감 유행시기까지 다가와 독감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벌어진 사고에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소아과에서 만난 이모씨(58)는 마스크를 계속 벗으려 하는 손주를 타이르고 있었다. 그는 “오늘은 손주가 아파서 병원에 왔지만 원래 계획으로는 오늘 독감 예방접종을 시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병원에서는 2주 뒤에나 접종할 수 있다고 하더라”며 “나는 이미 돈을 주고 백신을 맞았는데 감기에 걸린 손주는 아직 접종을 못 해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에 무료접종이 중단되면서, 언제 접종이 재개되는 거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8일부터 시행된 영유아 대상 무료 백신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인데도 ‘정말 이상이 없는 게 맞느냐’는 문의가 계속 오고 있다며, 보호자들의 걱정이 큰 것 같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문제의 백신중 접종이 이뤄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8일부터 생후 6개월~만 9세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시행됐던 무료 접종과 유료 접종에 공급된 물량은 이번 문제의 백신과 유통경로가 아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료접종이 2주 후에나 재개될 것으로 보여,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막기 위해 올해 독감 접종 일정을 예년보다 한 달 앞당긴 터였다.

8세 손주를 둔 안모씨(65)는 “유통과정에서 잘못이 있다고 하는데 관리를 철저히 했으면 이런 일이 안 벌어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2주 뒤에 무료 접종이 다시 시작되면 손주와 함께 백신을 맞으려한다”고 밝혔다.

차라리 유료접종으로 백신을 맞겠다는 시민도 있었다. 7살, 5살 자녀를 둔 문지연씨(39)는 “원래 이번 주에 무료접종을 하려고 했는데 2주 뒤로 밀린다고 해서 유료접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료접종이 재개돼도 좀 불안하기도 하고, 안 그래도 날씨가 추워져서 둘 다 코를 훌쩍거리고 있는데 너무 늦게 맞으면 더 불안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맘카페에도 2주를 기다려 무료접종을 할 것인지, 당장 유료접종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글들이 상당했다. 3만~4만원 정도의 비용을 치르고 유료접종을 하고 왔다는 글들에는 병원이 어디인지, 정확한 가격은 얼마인지 묻는 댓글이 이어졌다.

16개월 된 자녀를 키우는 한 맘카페 이용자는 “원래는 오늘 아이 무료 독감이 예약돼 있었는데 백신 문제가 터져 고민하다 유료 접종하고 왔다”며 “최대한 빨리 맞추고 싶어 무료독감도 빨리 예약한 건데, 2주 뒤에 나오는 무료백신이 괜찮다고 해도 찝찝할 거 같아 맞췄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