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집회-교회를 통한 확산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수도권 확진자가 세 자릿수까지 급증한 가운데 자칫 의료체계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 다다랐다.
상급종합병원 절반이 수도권에 분포해 지역의 중환자 병상이 여유롭지 않은 데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사태 때와 달리 수도권에서 병상을 지원해줄 여력이 되지 않아서다.
27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전날(26일)보다 441명 증가한 1만8706명을 기록했다.
해외유입을 제외한 지역발생 434명의 신고 지역을 살펴보면 서울 154명, 경기 100명, 인천 59명으로 여전히 수도권이 313명으로 다수를 차지했지만 비수도권에서도 부산 8명, 대구 12명, 광주 39명, 대전 3명, 강원 14명, 충남 15명, 전북 2명, 전남 13명, 경남 8명, 제주 1명 등 121명이 나왔다.
광복절 도심 집회 이후 국내 지역발생 전체 확진자와 비수도권 확진자 추이는 16일 267명 중 비수도권 22명(8.23%)→17일 188명 중 25명(13.29%)→18일 235명 중 34명(14.46%)→19일 283명 중 31명(10.95%)→20일 276명 중 50명(18.11%)→21일 315명 중 71명(22.53%)→22일 315명 중 76명(24.12%) 등으로 비수도권 비중이 급격히 상승했다.
이후 주말 검사 감소 효과 등을 거쳐 23일 387명 중 93명(24.03%) →24일 258명 중 57명(22.09%)→25일 264명 중 52명(19.69%)으로 비수도권 비율이 다소 주춤했으나, 26일 307명 중 78명(24.5%)→27일 434명 중 121명(27.88%)으로 다시 급증했다.
이번 비수도권 확진자 중에는 광주 지역 교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확진자가 다수 차지했다.
광주광역시에선 북구 각화동에 위치한 성림침례교회 교회와 관련해 전날부터 누적 3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광주 284번 확진자가 광화문 집회 참석한 뒤 성림침례교회에서 세 차례 예배를 본 것으로 파악되면서 보건당국은 해당 교회 앞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교인 700여 명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추가 검사가 진행되고 있어 확진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광주시는 광화문 집회 참가자 222명의 명단을 확보해 역학조사를 하고 있지만 29명은 연락 두절 상태다.
충남 계룡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이날 엄사면 엄사리 소재 주기쁨교회 교인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8·15 광복절 집회에 다녀와 확진 판정을 받은 대전 246번(50대 여성) 확진자와 함께 해당 교회에 다녔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이들은 지난 23일 대면예배에 참여해 감염된 것으로 보고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주기쁨교회 관계자와 가족 등 5명의 검체 검사를 충남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하고, 검사를 받지 않은 나머지 신도 21명에 대해서도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교회 등을 통해 확진자가 크게 나오면서 병상 부족 문제도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지방 역시 중환자실 병상을 하루빨리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교회 교인들이 대부분 나이가 많아 금방 중환자가 될 수 있는 데다 수도권에서 연일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신천지를 통한 대구·경북 지역의 집단감염 때와는 달리 수도권이 지방을 지원해줄 여력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증질환에 대한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상급종합병원 총 42개 병원 중 서울·경기 지역에만 절반인 21개가 몰려있다.
지난 24일 충남과 전북은 당시 이미 코로나19 중증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치료 병상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서울과 제주 지역을 제외하고는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사용 가능한 중증환자 보유 병상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천은미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대형병원이 수도권에 몰려있고 비수도권 지역에는 중환자 병상이 적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감염이 확산하는 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환자가 중환자 병상에 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게 관리하고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신천지 때와는 다르게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에 지원해주기 어렵기 때문에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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