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에 초당 500톤만 방류”…영산강 상류 4개댐도 물 관리 실패

  • 뉴시스
  • 입력 2020년 8월 12일 10시 32분


7~8일 폭우에 바닷물 만조 겹쳤는데 상류 댐에서 엄청난 물 유입
"폭우대비 사전 방류 충분치 못해 강 수위 상승으로 둑 터졌다" 주장

제방 붕괴로 농경지 수천㏊와 주택, 공공시설물 등에 대한 대규모 침수 피해를 불러온 ‘영산강 대홍수’도 상류지역 4개 댐의 홍수조절 실패에 원인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영산강 수계 상류 4개 댐은 상시 방류를 통한 발전과 홍수조절을 위한 ‘다목적 댐’으로서의 기능보다는 주로 농업용수 공급 기능을 위해 축조됐다.

12일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7~8일 연이틀 영산강 상류 지역에는 최대 500㎜의 누적강수량을 보일 만큼 역대급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지난 6일 오전 6시50분 발표한 기상 통보문을 통해 7일까지 광주·전남 지역에 최대 200㎜의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상 예보에도 불구하고 영산강 상류에 들어선 4대호 불리는 ‘광주호·장성호·담양호·나주호’ 등 4개 댐의 저수율은 강 중·하류지역의 홍수 예방을 위해 사전방류를 충분히 했다고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를 보였다.

공사는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에 796개소 배수장을 가동 중이고, 공사가 관리 중인 댐과 저수지 1083개소에선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수위 조절을 하며 방류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어촌공사의 저수율 현황 검색 자료에 따르면 장성호 저수율은 지난 1~2일 87.8%를 보였다가 3일(84.4%), 4일(83.9%), 5일(83.2%), 6~7일(82.9%), 8일에는 93.4%까지 급상승했다.

6일부터 사전 방류를 시작한다는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5~6일 저수율을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평균 저수율 80% 미만을 유지해 온 나주호는 지난 6일(78.4%), 7일(75.5%), 8일(81.7%)로 나타나 그나마 폭우가 쏟아질 때 물그릇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담양호 저수율은 지난 5일(83.2%), 6일(83.0%), 7일(85%), 8일(90.2%)를 보였다. 같은 기간 광주호는 5일(74.2%), 6일(74.4%), 7일(74.5%), 8일(100%)를 기록했다.

4대호로 빗물 유입량이 가장 많았던 지난 8일 이전을 기준으로 볼 때 평균 저수율이 70%대에 머물렀던 나주호를 제외하면 장성·담양·광주호의 사전 방류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황룡강 범람과 영산강의 급격한 수위 상승을 부채질한 지난 8일에 실시된 장성호 방류 규모는 초당 500t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농어촌공사에서 9년 간 물 관리 제어 업무를 하다 7년 전 퇴직한 A씨는 “공사 댐 관리 매뉴얼에 6~9월까지는 안정적인 수량 확보를 위해 평균 저수율을 9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수율 90% 유지는 가뭄에 대비하고, 수도작 농경지에 공급해야 될 충분한 수량을 우기에 확보해야하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8일 장성 황룡강 수위가 급격히 높아져 장성호 관리인에게 전화로 확인한 결과 초당 500t을 방류하고 있었다”면서 “그동안 300t이상을 방류한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많은 양을 방류한 것은 이례적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989년 영산강 대홍수 발생 당시 사전 방류를 통해 물그릇을 비운 뒤 홍수위가 잦아들 때까지 장성호 방류를 늦춤으로써 ‘영산강 중·하류’의 홍수제어 기능을 했던 경험을 설명하기도 했다.

장성호가 초당 500t을 쏟아내자 폭우에 불어난 황룡강이 범람해 광주 지역에선 금호타이어 광주공장과 평동산단, 선운지구 아파트 단지 일부가 부분 침수 피해를 입었다.

황룡강이 영산강과 합류하는 중류 구간에 위치한 나주 지역은 이번 폭우로 지난 8일 제방 2곳이 터져 농경지 1453㏊, 주택 115채가 침수돼 가장 큰 피해를 봤다.

당일 상류에서 급격하게 밀려드는 유입수와 바닷물 만조 시간이 겹치면서 영산강 수위가 14.48m까지 급상승해 계획 홍수위 13.32m를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대규모 범람까지 겨우 0.16m의 여유만 남겨둔 채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달아 8일 오후 3시30분께 다시면 죽산보 인근 문평천 제방을 시작으로 봉황천 제방이 줄줄이 터지면서 대규모 농경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나주지역 주민 B씨는 “100년 빈도의 폭우라고는 하지만 상류 댐들에 대한 사전 준비가 충분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며 “재난재해에 대비해 영산강 상류 4개 댐에 대한 물관리 매뉴얼을 보다 더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성호를 관리 중인 농어촌공사 장성지사 관계자는 “장마에 대비해 8월 초부터 하루 초당 10t씩 방류하던 것을 지난 7일부터는 집중호우에 대비해 초당 40~60t까지 방류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지난 8일 댐으로 유입량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안전관리 규정상 초당 500t까지 방류를 하게 됐고, 하류지역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직원들이 비상근무에 돌입한 가운데 임계점까지 견딘 끝에 대량 방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홍수조절을 위한 영산강 수계 상류 4개 댐의 사전방류 미흡에는 번번이 빗나가는 기상청 예보도 크게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5호 태풍 장미가 북상하면서 광주·전남 지역에 최대 150㎜의 폭우가 또 쏟아진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20㎜에 그쳤기 때문이다.

영산강 중·하류 지역 홍수 피해에 대해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기상예보를 기준으로 댐 수위 관리를 하는데 오류가 많아 예보만 믿고 소중한 자원인 물을 사전에 무작정 쏟아 보낼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나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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