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가 11일까지 49일째 이어지며 전국에서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러너’들이 통제선을 무시한 채 우중 러닝을 즐기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
최근 통제에도 불구하고 산책을 즐기던 일부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구조요청을 하는 등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어 스스로 안전의식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밤 서울 은평구·서대문구·마포구에 걸쳐 흐르는 불광천 주변에서는 빗속에서 산책이나 달리기를 즐기는 시민들이 목격됐다. 하천의 수위가 평소보다 훨씬 높은 상태로 산책로 진입이 통제됐으나 막혀 있는 출입로를 뚫고 온 이들이었다.
이같은 모습은 양재천·도림천·성북천 등 산책로와 운동시설이 조성된 서울 시내 다수의 하천에서도 볼 수 있다. 장마 초기에는 하천 주변에서의 운동을 자제하던 시민들이 연일 이어지는 비에 답답함을 느껴 안전불감증에 빠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내 운동보다 야외 활동을 선호하는 시민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들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수위가 높아진 하천의 출입을 통제하고 진·출입로를 막아놓고 있다. 통제된 진출입로와 하천 곳곳에는 ‘침수가 우려돼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방송도 계속해서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직접 순찰활동을 하며 시민들에게 위험한 곳에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며 “하천 주요 장소에 설치된 CCTV를 24시간 모니터링하는 비상 근무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천 진·출입로 차단기는 대부분 봉 형태로 되어있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넘어갈 수 있다. 통제된 하천 근처에 가는 시민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도 없다. 특히 주변 시선이 줄어드는 야간에는 하천가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불광천 주변에서 기자와 만난 김모씨(30)는 “요즘은 빗속에서 달린다는 ‘우중런(雨中Run)’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며 “하천에 물이 평소보다 많아 조금은 불안하지만 달리기 코스까진 물이 차지 않았고 늦은 밤에는 순찰 공무원을 마주칠 일도 별로 없어 시원하게 달리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마포구청의 한 공무원은 “아무래도 직접 현장을 나가 순찰하는 게 효과적인데 하천 산책로는 넓고 공무원 숫자는 적어 모든 시민을 만나는 것은 어렵다”며 “인명사고가 날 가능성이 언제든지 있기 때문에 하루종일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최근 ‘우중런’을 즐기다 일어난 사고는 접수되지 않았으나 집중호우 기간 하천 범람 위험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난 1일 도림천 산책로에서 80대 노인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휩쓸려 사망했고, 3일에는 같은 도림천에서 25명이 고립돼 소방대원에게 구출되는 일이 있었다.
11일 아침 다시 찾은 불광천 산책로는 전날 밤부터 쏟아진 폭우로 완전히 잠겨 있었다. 하천의 유속도 급격히 빨라져 자칫 빠질 경우 인명피해가 우려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요즘 같은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내릴 때는 강변이나 하천 산책로에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며 “각 지자체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안전의식을 갖고 권고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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