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평생 이런 비 처음…물에 젖은 물건들 어디부터 손댈지 막막”

  • 뉴스1
  • 입력 2020년 8월 9일 1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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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신안교 인근 상인들이 폭우에 젖은 집기들을 청소하고 있다. 2020.8.8 © News1
8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신안교 인근 상인들이 폭우에 젖은 집기들을 청소하고 있다. 2020.8.8 © News1
“75년 평생 이런 비는 처음이여. 물이 다 우리 집으로 들어와서 피해가 막심해.”

9일 오전 11시쯤 광주 북구 용봉동 신안교 인근 상가 주민들은 분주했다.

이곳은 지난 7일부터 내린 많은 비로 인해 유출된 토사가 곳곳에 쌓여있었다. 주민들은 가게 앞에 앉아 토사가 덮친 집기들을 다 빼낸 채 물을 끌어다 청소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집기를 빼낸 주민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상가 내부 바닥을 닦고 있었다.

가게 내부 판매 물품들의 흙을 털어내며 상인들은 울상을 짓다가도 이렇게 해가 나와 말릴 틈이라도 줘서 다행이라고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가구 판매장을 함께 운영 중인 70대 노부부는 “어제 새벽 5시쯤인가 전남대 쪽에서 내려오는 물하고 신안다리 물하고 다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며 “판매 완료돼 보내줘야 하는 가구들까지 피해를 보았다”고 울상을 지었다.

해당 매장 내부에 전시됐던 소파와 침대에는 흙먼지가 묻어있고 물에 젖어 있었다.

샌들을 신고 나온 행인들은 바닥에 흩어진 깨진 유리문의 파편이 박힐까 발끝을 세우고 어렵사리 길을 지나기도 했다.

인근 표구 매장 앞에는 글과 그림들이 물에 젖은 채로 세워져 있었고, 온 가족이 모여 가게 내부를 걸레로 닦고 있었다.

표구 매장 주인 A씨(70)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네”라며 “재료도 다 상해 버렸고 몇십 년간 모아 놓은 내 책들, 쟁여논 것들이 다 물에 차버렸다”고 한탄했다.

딸 B씨(30)는 “청소하려고 와 봤더니 냉장고도 엎어져 있고 너무 놀랐다”며 “하늘이 이런 건데 어쩌겠어요. 사람도 죽어가는 마당에 이 정도로 다행이지”라고 의연하게 애써 웃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서로의 가게 앞에 둘러앉아 함께 청소를 돕는 등 품앗이하며 광주시와 지자체 차원의 도움을 촉구했다.

6년 동안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했다는 C씨(62)는 “동장도 왔다 갔고, 구의원도 다녀갔다는데 얼른 지자체 등에서 도움을 줘야지 정리에 탄력을 받을 것인데 아직 소식이 없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 7일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광주지역 누적 강수량은 533.7㎜를 기록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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