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대학’ 지방 보내고 그 자리에 아파트?…“천문학적 세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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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박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서울대 폐지론을 포함해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20.7.25/뉴스1 © News1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박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서울대 폐지론을 포함해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20.7.25/뉴스1 © News1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행정수도의 세종시 이전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때아닌 ‘SKY대학’(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전론까지 피어나고 있다.

26일 정치권과 교육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두관·박주민 의원은 각각 지난 21일과 24일 서울대의 지방 이전 또는 폐지가 필요하다고 발언했고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SKY라고 하는 대학이 서울에서 바깥으로 나가면 인구 분산 효과는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을 지낸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도 지난 23일 언론 기고를 통해 “희소성의 원리에 따라 SKY 간판과 강남 아파트의 몸값은 점점 높아만 간다”며 “SKY 등 서울 주요대학을 과감하게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모두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이전뿐만 아니라 주요대학이 지방으로 내려가 지역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교육계에서는 막대한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데다 ‘인서울 프리미엄’을 포기할 대학이 거의 없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4년제 일반대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고위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주요대학의 지방 이전 가능성을 묻자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대학 캠퍼스를 새로 조성하는 데 천문학적인 재원이 소요되는데 사립대의 경우 이를 충당하기 어렵고, 국립대라 하더라도 결국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공공기관이야 건물만 올리면 되지만 대학은 연구 등을 위한 엄청난 설비·장비가 들어서 있어서 옮기는 게 쉽지 않다”며 “서울권 대학의 지방 이전은 어려운 게 아니고 불가능하다. 설사 지금 당장 추진해도 최소한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한 사립대 관계자는 “유명 대학이 지방으로 내려가면 인구도 늘고, 청년 유출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서울에 질 좋은 일자리가 집중된 상황부터 개선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좋은 대학이 내려가도 실패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땅을 사주고 건물까지 다 올려 준다고 해도 내려가겠다고 나서는 대학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는 서울 외 다른 지역에도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전면적인 지방 이전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세 학교 모두 “지방 이전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진 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연세대 관계자는 “인천에 캠퍼스를 두고 1학년들이 수업을 듣고 있지만 지자체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줬기 때문에 진행될 수 있었던 일”이라며 “정부에서 강제로 캠퍼스를 옮기라고 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서울을 떠나는 대학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단국대의 경우 지난 2007년 캠퍼스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경기 용인 죽전으로 옮긴 이후 부침을 겪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국대 관계자는 “신입생 입학성적 하락 우려가 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회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이전지가 수도권의 도시 지역이었고 단국대라는 이름이 가진 힘이 있었기 때문에 안정화에 성공했다고 본다”며 “서울권 대학이 수도권이 아닌 지역으로 이전해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대학가에서는 서울권 대학의 지방 이전 논의가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제기된 것이라면 서울에 있는 대학을 지역으로 옮기자는 논의에 앞서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부터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풀뿌리 교육을 강화해 지역 기반 대학이 지역 활성화를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서울에 주요대학이 몰려 있는 것은 일자리가 서울에 집중된 상황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라며 “지역 대학과 산업계를 연계해 지역에서 대학을 나온 학생들도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북권 대학 총장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고급 인재들은 천안 밑으로는 안 내려간다는 이야기가 나돌 만큼 지역이 침체돼 있는 상황”이라며 “지역에 기업이 뿌리내릴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 대학을 육성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포항공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대학을 사례로 들면서 지역 대학이 서울권 대학과 비교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지역 인재의 유출을 막고 나아가 지역 활성화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거점국립대에는 서울 대학과 견줘도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학과들이 있다. 이런 곳에 전폭적으로 투자해서 지역의 인재들이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서울대를 지방으로 옮길 예산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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