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철인3종 고교 감독이 선수 성추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난해 체고서 수차례 범행 드러나… 협회, 징계 내리고도 외부엔 ‘쉬쉬’
올1월엔 폭력 막을 교육 권고… 최숙현 사태 막을 기회 날려
檢, 경주시청 ‘팀닥터’ 영장 청구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팀 감독의 폭언, 폭행 등이 발단이 된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에 앞서 지난해에는 철인3종 고교팀 지도자의 선수 성추행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 취재 결과 지난해 A체고 트라이애슬론팀 K 감독이 소속 선수를 수차례에 걸쳐 성희롱 및 성추행한 혐의로 학교 운영위원회와 지역교육청으로부터 해임됐다. 대한철인3종협회도 지난해 9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K 감독을 영구 제명했다. K 감독이 이에 불복해 청구한 재심에서도 11월 영구 제명 징계가 확정됐다.

이로써 철인3종협회는 지난해 사건을 통해 폭행 등 선수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최 선수를 사실상 방치한 것이어서 늑장 대처에 대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 선수는 감독과 운동처방사, 선배 선수의 오랜 가혹행위 실체를 알리려고 2월경 협회에도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협회는 최 선수가 세상을 떠나고서야 뒤늦게 가해자인 감독과 주장 선수를 영구 제명하고, 운동처방사 안모 씨(45)는 폭행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등록 선수와 관계자 전원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본보가 입수한 2020 철인3종협회 정기대의원 총회(2월 14일 개최) 회의록에 따르면 ‘지도자 폭력 사건’ 보고로 A체고 사건 처리 경과가 전체 대의원에게 고지됐다. 총회가 열리는 시점 직전에 최 선수는 이미 경주시체육회에 가해자들을 신고한 상태였다. 협회에서도 최 선수 사건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박석원 철인3종협회장은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현안 질의 자리에서 “2월 10일께 협회에서 최 선수 사건을 인지했고 14일 내가 보고를 받았다. 김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 일 없다는) 감독 말을 믿어 결론적으로 이번 일을 막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총회에 앞서 1월에는 철인3종협회 감사가 2019년을 결산하는 행정감사보고서를 통해 “(성)폭력을 근절할 수 있도록 지도자 등 철인3종 구성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것을 권고한다”며 철저한 폭력 행위 예방과 실태 파악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확실한 시그널이 있었음에도 협회가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최 선수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대구지검은 12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단의 ‘팀 닥터’로 불렸던 운동처방사 안 씨에 대해 폭행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경북지방경찰청은 10일 안 씨를 체포해 이틀간 조사했다. 경찰은 안 씨를 상대로 최 선수 폭행 혐의 이외에도 경주시청 소속 여자 선수들을 성추행한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

유재영 elegant@donga.com / 대구=명민준 기자
#경주시청#트라이애슬론#최숙현 선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