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군면제…검찰은 가짜로 의심했지만 1심 무죄

  • 뉴시스
  • 입력 2020년 7월 12일 0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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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법 위반 혐의…1심에서 무죄
검찰, '심리검사에 허위응답' 주장
법원 "경도 장애, 허위 단정 못해"

지적장애가 있는 척 의사를 속이고 진단을 받아 병역을 면제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 남성이 허위로 장애진단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황여진 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모(32)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권씨는 지난 2007년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신체등위 1급 판정을 받아 현역병 입영대상이 되자 정신과 의사를 속이고 지적장애 진단서를 발급, 이를 제출해 2013년 5월 병역을 면제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권씨는 2012년 2월 서울 소재의 한 대학병원 정신과에서 실시한 심리평가에 허위로 응답해 지능지수 61, 사회성지수 67이라는 낮은 결과를 받았다.

이어 권씨는 지적장애로 인한 사회적 위축, 대인관계 장애, 자극과민성 및 공격성 등의 존재하지 않는 증상을 호소, 이에 속은 해당 병원 정신과 의사 A씨로부터 지적장애 진단서를 발급받았다고 검찰은 의심했다.

검찰은 권씨가 같은해 11월 해당 진단서를 이용해 병무청에서 재검사 대상 판정을 받은 뒤, 계속해서 위 병원 진료를 받으며 허위 증상을 추가로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결국 2013년 5월 이에 속은 또 다른 정신과 의사 B씨로부터 ‘정신지체(지적장애)’에 해당한다는 병사용 진단서를 발급받아 이를 병무청에 제출, 신체등위 5급 판정을 받고 병역의무를 면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권씨가 병역의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속임수를 썼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먼저 “권씨는 1급 판정을 받은 후 대학진학, 자격시험 응시 등의 사유로 여러 차례 입영을 연기했다”며 “그러나 권씨는 의류 판매업에 종사하면서 특별한 불편함 없이 일상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또 “권씨는 혼인생활을 유지하기도 했고, 여자친구나 자녀와의 의사소통도 지적장애를 의심하기 어려울 정도로 원활하게 하고 있다”며 “병역면제에 대한 적극적 동기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보면 권씨가 병역의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정신지체를 가장한 것 아닌가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2012년 2월 최초 진단 당시 가벼운 정도의 정신지체 수준이라는 결과를 받았고, 경찰 수사가 이뤄진 2018~2019년 심리검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며 “각기 다른 전문가에 의해 이뤄진 심리검사에서 비슷한 수준의 결과가 반복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권씨가 허위 답변을 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경도의 정신지체는 일상 대화에서는 장애를 쉽게 판단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고, 사회경험이 적지 않은 권씨가 일상생활에서 비장애인과 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한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지체가 아니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권씨의 여자친구는 경찰 조사에서 “권씨를 장애인이라 생각하지 못했고, 권씨로부터 허위로 장애인 등록을 해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지만 법원은 전문지식이 없는 여자친구의 말은 증거가치가 높지 않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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