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했던 최숙현, 폭행 현장 몇년동안 녹취했다

뉴시스 입력 2020-07-02 15:09수정 2020-07-0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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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 밝혀줘" 메시지 남긴 채 생 마감
팀닥터과 감독 등 수시로 가혹행위…폭행 중 술까지 마셔
수시로 뺨 때리고 가슴과 배 발로 차고 머리 벽에 밀쳐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23) 선수가 상습적 폭행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부산의 숙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유족들은 최 선수가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에서 감독 및 팀닥터, 일부 선배들로 부터 지속적으로 가혹행위와 괴롭힘 등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최 선수는 숨지기 전 수년 동안 자신이 당한 폭행 현장의 녹취록을 모았다. 이 녹취록에는 2019년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최 선수가 휴대폰을 이용해 자신이 당한 가혹행위 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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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좀 맛 갔네. 아이고, 또 정신병 돌겠네”

체중 조절을 실패한 최 선수에게 감독이 폭언을 퍼부었다.

감독은 “니가 실패한 거지, 물론 물 그렇게 마셔 니가 실패한 거지. 밥을 내가 지금 먹일라 해 줬는데 밥을 못 먹겠네 뭐.”라며 “운동 두 탕을 하고 밥을 굶고 밥을 한끼도 안먹고 하는데 쪄 있잖아. 난 이해가 안가”라고 최 선수를 다그쳤다.

또한 “3일 굶자. 뭐 한두번이가. 또 OO(욕설) 3일 굶어뿌면 되지. 웃어라. 니가 너무 물을 많이 마셔가 이래 됐구나. 웃어라. 나는 니가 물 먹은거 이해 안간다”라고 덧붙엿다.

감독의 최 선수를 향한 다그침은 더욱 심해졌다. 감독은 최 선수에게 “얘 좀 맛 갔네. 또 정신병 돌겠네. 병 도지겠네. 니 얼굴 돌아가는 거 보이 정신병 돌겠는데”라고 화를 냈다.

이 같은 감독의 다그침에 최 선수는 “예”, “아니요”라고만 답했다.

◇“팀 닥터의 폭행…최 선수는 맞고만 있었다”

2019년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최 선수는 팀닥터로 부터 폭행을 당했다.

팀 닥터는 최 선수에게 “이빨 깨물어 이리와 뒤로 돌아”, “나한테 두 번 맞았지? 너는 매일 맞아야 돼”, “선생님들 마음을 이해 못 해. 욕먹어 그냥 안했으면 욕먹어” 등의 말을 하며 20분 넘게 폭행했다.

최 선수는 자신을 때리는 팀 닥터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 과정에서 팀 닥터는 최 선수에게 “감독님하고 나는 기본적으로 널 좋아한다. 이건 체중의 문제가 아니다. 너가 선생님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게 문제다”라며 폭행을 이어 갔다.

이어 최 선수의 동료로 추정되는 선수를 불러 “너는 아무 죄가 없다. 이빨 깨물어”라는 말과 함께 폭행을 계속했다.

감독과 팀닥터는 최 선수 및 다른 선수들을 폭행하는 과정에서 음주까지 했다.

감독은 최 선수를 때리던 팀닥터에게 “한잔 하시고 선생님. 제가 콩비지찌개 끓였습니다. 이거 다 녹습니다 선생님. 와인 저기 있습니다”고 말했다.

또 음주를 하면서도 최 선수의 뺨을 20회 이상 때리고 가슴과 배를 발로 차고 머리를 벽에 부딪치게 밀쳤다.

감독은 울고 있는 최 선수에게 “짜지마. 짜지 말라고. 아파? 닥터 선생님이 알아서 때리시는데 아파? 죽을래 나한테? 푸닥거리 할래? 죽을래? 나갈래? 나하고? 살고싶지?”라고 협박했다.

최 선수가 “아닙니다”라고 반복적으로 대답하는 음성도 담겼다.

이어 팀닥터는 최 선수에게 “나가. 내일부터 니 뭐 꿍한 표정보였다하면 니는 가만 안둔다. 알았어? 니는 일요일까지 먹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대구지검 “최 선수 가혹행위 수사 착수”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양선순)는 극단적 선택을 한 최 선수와 관련된 폭언, 폭력 등의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경북 경주경찰서는 지난 3월11일 검찰로부터 고소장을 넘겨받아 최 선수와 감독 등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감독은 사기, 아동복지법 위반, 강요, 폭행 등 혐의로, 팀닥터와 선배 선수 2명은 폭행 혐의를 적용,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구지검 경주지청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았지만 관할지역 문제로 지난달 1일 대구지검으로 사건을 이첩했다.

경주시와 경주시체육회는 최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감독 등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경주시체육회는 이날 운영위원회를 열어 감독과 선수 등의 의견을 듣고 징계 여부를 논의한다.

시와 체육회는 그동안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직무 정지 등 처분할 예정이었으나 사건이 불거지자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직장운동경기부로 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며 경주에 규격 수영장이 없어 훈련장과 숙소는 경산시에 있다.

최 선수 지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글을 올려 ”(전 소속팀)경주시청에서 차마 말로 담아낼 수 없는 폭행과 폭언, 협박과 갑질, 심지어는 성희롱까지 겪어야 했다“라고 호소했다.

[대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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