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10·26사태로 사형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유족이 26일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사형이 집행된 지 40년 만이다. 유족 측은 “재심을 통해 궁극적으로 구하려는 것은 판결이라기보다는 역사이다. 재심을 계기로 10·26이 다시 한 번 국민의 기억 속에 소환되기를 바란다”며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변호인단은 이날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심을 청구하게 된 이유 등을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최근 한 방송에서 공개된) 10·26사태 재판 당시 녹음테이프를 통해 보안사령부가 쪽지 재판으로 재판에 개입한 사실, 피고인들의 발언 내용이나 재판 진행 내용이 공판조서에 그대로 적혀 있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했다. 또 “당시 변호인들조차 대법원 판결문을 열람하지 못했고 김재규의 살해 동기도 은폐됐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민간인인 김 전 부장을 군법회의에 기소한 것은 위헌이고 당시 고문과 가혹행위 등이 있었다는 것도 재심 청구 사유로 들었다. 10·26사태 당시 김 전 부장의 변호를 맡았던 강신옥 변호사(84)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감개가 무량하다. (김 전 부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 하나인 ‘내란목적 살인’에서 ‘내란목적’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재심을 청구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김 전 부장은 10·26사태 발생 한 달 뒤인 1979년 11월 26일 내란목적 살인과 내란수괴 미수 혐의로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이듬해 5월 20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고 나흘 뒤 사형이 집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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