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코로나 방역에 실패한 미국… 심각한 ‘복지 불평등’이 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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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 세계 1위 미국… 취약계층 의료혜택 못받아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 ‘탄탄’… 코로나 방역에 세계가 칭찬

지난달 1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의료진이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지난달 1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의료진이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인터넷에 중국 여행지 순위를 검색해 보면 ‘윈난(雲南)성-다롄(大連)-리장(麗江)-샹거리라(香格里拉)-후탸오샤(虎跳峽)를 잇는 구간’이 1위입니다. 이 중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배경을 제작하는 데 참고가 된 리장 고성은 차마고도의 요충지로 13세기 건설을 시작해 지금까지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곳도 한때 위기가 있었습니다. 1996년 리히터 규모 7.0의 대지진으로 리장 일대 콘크리트 건물들이 무너진 거죠. 그런데 리장 고성은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리장 고성에는 인근 위룽쉐산(玉龍雪山) 만년설에서 흘러내린 물이 시내를 관통하는 수로가 있습니다. 리장 고성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건물을 짓는 나시족의 전통기술인 무렁팡(木楞房) 양식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대지진에도 무사했던 겁니다. 건물들은 지형에 맞게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지어져 있습니다. 과거 이런 지형을 이용해서 맨 위의 수로를 열어 물을 흘러내리면서 도시의 곳곳을 청소했다고 합니다.

○ 온난화로 무너지는 빙하

리장 고성이 아름다운 모습을 지금까지 간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빙하 덕분입니다. 1년 내내 쌓여 있는 만년설에서 끊임없이 물이 흘러 내려와 사람들이 살 수 있게 해줍니다. 빙하로 식수를 공급받는 곳은 의외로 많습니다. 도쿄(東京), 시애틀 등이 빙하에서 담수를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전 세계 담수의 대부분인 3분의 2가 눈과 얼음입니다. 이들은 얼어붙은 저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겨울에는 점점 커지다가 봄부터 서서히 녹아 도시에 물을 공급합니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히말라야 가장 고지대에 살고 있는 라다크 주민들은 빙하가 줄어들어 급수난(給水難)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술자들은 주민들을 위해 인공 빙하를 만들어 냈습니다. 저지대에 나뭇가지로 인공물을 만들고 파이프를 통해 이송된 물을 뿌려 인공 빙하를 만듭니다. 이후 물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가 오면 주민들에게 공급합니다.

빙하가 녹는 이유는 과도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해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가 많아져 온도가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온도가 갑자기 오르면 우리를 포함한 생물들이 적응에 실패해서 멸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은 정작 라다크는 이산화탄소 발생의 책임이 선진국보다 훨씬 적다는 것입니다.

○ 코로나19로 드러난 사회보호 장치

기쁘면서도 슬픈 소식이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6% 감소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자연히 온실효과도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산업활동이나 유동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관련 종사자들의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경제적 약자가 그 피해를 많이 받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세계의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떻게 바뀔까요? 1918년부터 전 세계에서 유행한 스페인 독감의 경우 3년간 약 5000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이 숫자는 제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 수보다 3배 많습니다. 스페인 독감으로 제1차 세계대전도 서둘러 종전했습니다. 전쟁보다 무서운 것이 전염병인 셈입니다. 코로나19는 세계를 어떻게 바꿀까요?

미국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회구조가 여러모로 취약계층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대한민국은 방역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가 됐습니다. 왜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방역에 실패했을까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우선 국민을 존중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돈 없는 서러움으로 겪어야 할 고통을 당사자의 책임보다 사회 전체의 해결 과제로 생각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실제로 냉혈한 같은 집주인 때문에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 앉게 된 세입자들의 소식이 보도되면, 이에 대한 대다수의 국민 여론은 집주인이나 국민을 돌보지 못한 정부를 비난하는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이는 우리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 개념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가치관은 코로나19 사태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열쇠가 됐습니다. 전 세계가 칭찬하는 우리 방역 시스템의 기본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데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약합니다. 미국은 채용이 쉬운 만큼 해고도 쉽습니다. 우리나라에 비해 건강보험 제도도 열악해 대량 해고된 사람들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자동으로 가입됩니다. 하지만 미국은 고용주 기반의 민간 의료보험입니다. 코로나19가 미국의 취약계층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방역 실패의 핵심은 불평등

1982년 미국의 한 기업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에서 독성이 강한 폴리염화비페닐(PCBs)을 대량으로 불법 매립했습니다. 이 지역은 흑인 거주 비율이 64%에 달하는 곳입니다. 시민들이 반발하자 주 정부는 이를 흑인 거주 비율이 75%로 더 높은 쇼코타운십에 이동 매립을 결정했습니다. 주 정부의 판단에 인종차별적 요소가 반영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불평등을 제도로 막지 못하면 취약계층이 피해를 받게 됩니다. 특히 환경 문제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모든 계층이 평등하게 복지 혜택을 받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 전염병 문제가 나타나더라도 이를 조기에 막을 수 있는 건강하고 정의로운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수종 서울 신연중 교사
#코로나19#온난화#미국 방역#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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