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온라인 개학’인데… 1시간 넘게 접속 먹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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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원격수업 테스트 일부 차질… 스마트기기 못받은 학생도 많아
교사들 “쌍방향 수업 사실상 불가”

중3과 고3의 온라인 개학을 이틀 앞둔 7일 경기 의왕시 갈뫼중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출석 확인 및 수업을 하는 방법을 테스트하고 있다. 의왕=뉴스1
중3과 고3의 온라인 개학을 이틀 앞둔 7일 경기 의왕시 갈뫼중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출석 확인 및 수업을 하는 방법을 테스트하고 있다. 의왕=뉴스1
‘점검 중.’

7일 오전 경기 용인시에 사는 중3 이모 군(15)의 컴퓨터 화면에 1시간 넘게 떠 있던 메시지다. 경기도교육청은 고3, 중3 학생의 온라인 개학을 이틀 앞둔 이날 오전 9∼11시 도내 초중고교 1118곳을 대상으로 ‘e-학습터’ 로그인 등 원격수업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군은 오전 9시 30분부터 e-학습터 접속을 시도했지만 1시간 넘게 접속하지 못했다. 계속된 ‘먹통’에 교사까지 “몰리는 시간을 피해 접속하라”고 안내했다. 결국 테스트가 끝난 오전 11시를 넘겨서야 겨우 로그인이 됐다. 한 경기 지역 학부모는 “이틀 후면 온라인 개학인데도 아직 이런 상황이라니 너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지난달 31일 온라인 개학 방침을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현장 교사 사이에서는 △인프라 부족 △원격수업 기준 미비 △교육 격차 등 예견된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고3 담임 A 씨는 2일 “부족한 스마트기기 개수를 파악해 보고하라”는 학교의 지시를 받았다. 그런데 “우리 학교에는 여분이 없다”는 ‘부가 설명’이 붙었다. A 씨는 부랴부랴 필요한 물량을 보고했지만 학생들은 기기를 받지 못했다. 교육부는 7일 “8일까지 중3, 고3에게 스마트기기 지급을 끝낼 것”이라고 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9일에도 기기를 받지 못한 학생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해 교육 당국의 손발도 맞지 않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원격수업의 ‘핵심 콘텐츠’로 꼽히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과학교사는 “수십 명을 모아 놓고 쌍방향 수업을 하려면 출석 체크만 20분 정도 걸린다”며 “우리 학교는 아예 쌍방향 수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충남의 한 고교 국어교사는 “우리 학교에는 장비도, 기술도 없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할 수 있는 학교는 전국적으로 얼마 안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도시와 농산어촌 지역의 교육 격차가 대면수업보다 원격수업에서 더 커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교사들은 ‘얼굴 노출’에 대한 고민도 호소한다. 서울 특목고의 교사 박모 씨는 “녹화한 내 수업이 어떻게 편집돼 공유될지, 혹시나 나쁘게 쓰이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교사의 원격수업 영상 자료를 악용해 성희롱 등을 하는 경우 학생이라도 법령에 따라 처벌할 계획이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원격수업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출석은 교과마다 담당교사가 시간 단위로 확인하고, 수업일 7일 이내에 과제 수행 등 출석이 확인되면 출석으로 처리한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면 교사가 학생의 수업태도 등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있다. 반면 독후감처럼 다른 사람이 대신 해줄 수 있고, 수행 과정을 확인할 수 없는 과제는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다. 예체능 원격수업은 녹화 영상을 통해 채점이 가능하다. 초등학교의 긴급 돌봄은 온라인 개학 이후에도 돌봄전담사 등이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박재명 jmpark@donga.com·김수연 / 용인=이경진 기자
#온라인 개학#원격수업#e-학습터#접속 먹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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