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줄서다 싸움 · 17세 줄선 뒤 발열…“국민들 줄서다 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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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3월 19일 15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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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사진=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18일 대구에서 폐렴 증세로 숨진 17세 소년이 마스크를 사러 비오는 날 약국 앞에서 줄을 선 후 발열 증세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마스크 5부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일부터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지정된 날에만 1인당 2매로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후 약국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경북 경산시에 거주하는 A 군은 지난 10일 비 오던 날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약국을 찾았다. 부모에 따르면 당시 소년은 약국 앞에서 한 시간을 추위에 떨었고, 귀가 후 발열 증상이 시작됐다.

A 군은 경산 중앙병원에 방문해 해열제를 처방받았고, 열이 내리지 않자 경산 중앙병원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방문해 검사를 받았다.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폐 여러 곳이 하얗게 변해 있었던 것을 확인했지만 A 군은 수액과 해열제 처방만 받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후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A 군은 영남대병원에서 이송해 치료를 받다 사망하고 말았다.

A 군의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최종 ‘음성’으로 판정됐다.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한 차례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이는 실험실 오염이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소년의 비극적인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추운 날 마스크 산다고 다니며 떨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진다(re38****)”, “열이 높은데도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게 정말 화가 난다(qwe5****)”, “마스크 5부제가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걸까, 잘못된 의료진의 판단 때문인가, 정부의 무책임 때문일까(dabi****)”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약국 앞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들기 때문에 불상사도 잇따른다.

지난 11일에는 부산 동래구의 한 약국 앞에서 60대 남성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던 시민을 골프채로 위협하고 욕설을 내뱉은 혐의(특수협박)로 체포됐다. 이 남성은 마스크 줄로 인해 통행에 불편을 겪자 줄을 선 시민과 다툼을 벌였다.

12일에는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의 한 약국에서 줄을 서던 70대와 80대 여성이 몸싸움을 벌여 그중 한명이 손목 골절상을 입는 일이 있었다.

공적 마스크 구매 가능 날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약국을 찾은 한 남성이 마스크를 달라고 진열대를 발로 차는 등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붙잡히는 일도 12일 부산에서 있었다. 공적 마스크 판매 지원을 나간 공무원과 약사가 다투는 일도 일어났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누군가가 명의를 불법으로 도용했다는 신고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부산 해운대갑 통합당 후보)는 19일 페이스북에 “국민들 줄서다 병난다”며 “마스크 2장 사기 위해 새벽별 보기 운동을 해야 하는 우리 국민들 처지가 애처롭다. 3시간 이상 줄서다 병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마스크 구입을 위해 길게 줄을 선 현장사진을 공개하면서 “(오늘) 6시 30분 아침 출근 인사 길, 해운대 약국 앞 풍경이다. 백여 분이 마스크 구입 위해 약국 앞에 줄 서 있다. (약국이) 9시에 문 여는데 일찍 나오신 분은 6시 전에 나오셨다 한다. 가히 마스크 전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정부가 마스크 대책회의 시작한 게 1월 30일이다. 하지만 1달 하고도 20여일이 지난 지금도 국민들은 마스크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 서고 약국 찾아 길거리 헤매고 있다. 대구에서 사망한 17세 고등학생은 비 오는데도 마스크 사려고 줄 섰다가 발열 증상 시작됐다고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5부제 시행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국민들은 새벽부터 줄 서며 정부 정책 적극 협조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마스크 공급량 하나도 못 늘리고 있다. 마스크 대란은 문정권의 무능이 초래한 인재다. 문 정부는 마스크 줄 안서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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