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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그 신천지 아닙니다”…간판 교체하고 아파트는 개명 고민
뉴스1
입력
2020-03-03 11:48
2020년 3월 3일 1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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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제주시 화북동의 한 폐기물 업체가 ‘신천지’라는 단어가 들어간 옛 상호 간판을 부수고 있다.2020.3.3/뉴스1© 뉴스1
“정말 속이 다 시원합니다. 조금 씁쓸하긴 하지만요.”
제주시 화북동에서 폐기물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건모씨(42)는 3일 이른 아침부터 직원들과 함께 간판 교체 작업에 한창이었다.
오랫동안 사업장 앞을 지켜 온 노란 간판 대신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파란 간판을 새로 고쳐 달고 있다고 했다. 이미 땅에 내팽개쳐져 있던 노란 간판에는 ‘신천지’라는 이름이 들어간 이 곳의 옛 상호가 적혀 있었다.
건씨는 ‘천지’라는 이름으로 아버지와 함께 폐기물 업체를 운영하다 5년 전 결혼과 함께 인근에 ‘신천지’라는 이름이 들어간 새로운 폐기물 업체를 열었다. 특별히 의미를 부여해서가 아니라 기존 상호에 ‘신(新)’자만 붙인 것이었다.
불현듯 이 곳에 손님이 끊기기 시작한 건 지난달 중순부터다. 한창 신천지 신도들이 무더기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때다.
그는 요즘 하루 160건 정도였던 폐기물 수거 건수가 80건 정도로 반타작 났을 뿐 아니라 평소 사업장에 걸려 오던 하루 10여 통의 전화도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아무래도 ‘신천지’라는 이름이 들어간 상호가 마음에 걸렸는지 건씨는 가족·지인·단골들과 고민한 끝에 결국 전날 세무서를 찾아 사업자 등록 변경 신청을 냈다.
그는 이날 오전 간판 교체 후 사업장 한켠에 있던 포크레인을 직접 몰아 문제의 ‘신천지’ 간판을 부숴버린 뒤 마음이 복잡한 듯 큰 한숨을 내쉬었다.
건씨는 “신천지가 제 사업장을 다 망쳐놓았다. 이제 통장·문서·계산서들을 하나씩 다 바꿔야 하고 앞으로도 할 일이 태산”이라며 “그동안 ‘신천지’라는 단어가 붙은 상호 때문에 속앓이했을 직원들이라도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천지’ 단어가 들어간 상호를 쓰고 있는 도내 한 숙박업체도 비슷한 처지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요즘 들어 부쩍 손님들이 ‘그 신천지와 관련돼 있느냐’고 묻는다”면서 “저희는 ‘그 신천지가 아닙니다’라고 답할 뿐 어쩔 도리가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상호와 간판을 모두 바꿔버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간판을 바꾸는 데에만 수백 만원이 들어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20년 전 이 곳이 지어질 때 일본인이 상호를 지었다고만 알고 있지, 저희는 신천지와 전혀 관련이 없다”며 “(상호 변경을) 더 고민해 봐야겠다”고 전했다.
업체들 뿐 아니라 ‘신천지’라는 이름이 들어간 도내 한 아파트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신천지에 대한 전국적인 반감이 커짐과 동시에 이로 인한 입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는 탓이다.
이 아파트 관계자는 “한 입주민은 ‘정말 환장하겠다’며 전화가 왔다. 직장에서도 무척 껄끄러운 데다 아이들까지 혹여 주변에서 놀림받을까 너무 걱정이 된다는 것”이라며 “다른 입주민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아파트는 다음주 10명 안팎의 아파트 동(棟) 대표들이 모이는 입주자대표회의를 열고 아파트 이름 변경 등의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곳 자치회장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제 주변에서도 ‘아파트 이름을 바꾸면 안 되겠느냐’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며 “아파트의 경우 절차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앞으로 입주민들의 여러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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