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남아 다녀온 기숙사생 2주 격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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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조치에 학생들 “과도” 반발… 경희대도 중국권 방문 유학생 격리
中방문 학생 격리 밝힌 서울대선… “식당 등 자유 사용” 효과 놓고 논란

연세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 중국이나 동남아에 다녀온 기숙사 입사 예정 학생들을 2주간 격리하기로 하자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방문한 기숙사생까지 격리하기로 한 건 연세대가 처음이다.

9일 연세대는 “7일 오후 재학생 대상으로 긴급 안내 문자메시지와 e메일을 발송했다”며 “최근 중국과 동남아를 방문한 적 있는 기숙사 입사 예정 재학생들을 2주간 격리하는 방안이 안내문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여기엔 △중국 및 동남아 여행 이력이 있는 학생 대상 기숙사 입사 후 2주간 개인실 거주 △기숙사 입사 시 출입국증명서 필수 제출 △전체 학생 신종 코로나 관련 조사(미참여 시 수강신청 불가) 등을 안내했다. 연세대는 격리 기간 동안 기숙사에 입사한 재학생에게는 도시락을 제공할 방침이다.

하지만 연세대 재학생들로 구성한 ‘연세교육권네트워크준비위원회’는 8일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격리로는 학생을 보호할 수 없다’는 입장문에서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응책에 비해 (학교 측이) 과도하다”며 “격리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생활권을 보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재학생 장찬 씨(23)는 “신종 코로나 관련 조사를 받지 않는다고 수강신청도 못 하게 하는 건 과도하게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른 대학들도 신종 코로나 대응책으로 중국 방문 학생을 기숙사에 따로 격리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는 1일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지 한 달이 안 됐거나 중국 다른 지역을 방문한 지 2주가 넘지 않은 기숙사생 110여 명을 학생생활관에 모아 격리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건물에서 생활했던 학생들은 원할 경우 다른 건물로 이사하도록 했다.

서울대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제대로 격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학생은 “격리 대상자들이 생활관의 식당이나 편의점, 헬스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사실상 격리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중국 방문 학생을 격리 수용할 기숙사 건물 현관 앞에는 “단순히 사람들을 이사만 시키면 격리인가”라는 내용의 항의문도 적혀 있었다.

중국인 유학생 수가 가장 많은 경희대는 중국 홍콩 마카오 등을 방문한 유학생들을 기숙사 1개동에 2주간 격리하기로 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중국권 국가를 방문한 한국인 학생들의 격리는 아직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외국어대도 최근 2주 이내 중국을 방문했던 외국인 유학생들 가운데 기숙사 입소 예정인 학생들은 별도 기숙사에 격리할 방침이다.

고려대는 중국을 방문한 학생들의 입실을 14일간 제한한다. 따로 거처를 마련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기숙사를 이용해야 하는 학생은 학교 안내에 따라 지정 장소에서 일정 기간 머문다. 하루 1회 이상 전화로 증상 여부도 자진 신고하도록 할 예정이다.

중앙대는 2월 말 기숙사 입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촬영한다. 이 검사에서 발열 등 신종 코로나 유사 증상을 보인 학생들은 교외 기숙사로 옮겨 추가 검진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화여대는 중국을 방문한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기숙사 격리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소영·이청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연세대#기숙사생#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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