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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기온 영하 20도…철탑에서 새해 맞은 해고노동자
뉴시스
입력
2020-01-01 06:31
2020년 1월 1일 0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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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도 강추위 속 25m 허공 철탑농성
'외로운 싸움' 계속…핫팩안고 새우잠
"해고자 문제 해결돼야 내 삶 청사진"
"노동자가 자유로운 세상 되길 바라"
지난 2019년 12월31일 오후 4시17분. 겨울해가 저물어가는 서울 강남구 강남역 사거리는 스산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겉옷 주머니에 손을 꽂은 시민들은 좀처럼 고개를 들지 않고 바삐 걸음을 옮겼다.
서울 체감온도가 -20도 가까이 떨어진 한해의 마지막 날. 같은 거리 허공 25m 위에는 김용희(61)씨가 있었다.
삼성의 부당해고에 대한 명예복직을 요구하며 강남역 사거리 교통 폐쇄회로(CC)TV 철탑에 오른지 206일째. 김씨는 허리조차 펼 수 없는 좁은 철탑 위에서 외롭게 한살을 더 먹었다.
이날 뉴시스 취재진은 농성장을 방문해 김씨와의 전화연결을 시도했다. 허공 위 거센 바람와 차량소리를 뚫고 김씨의 근황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한해를 돌아보는 감회를 묻는 질문에 김씨는 “별다른 느낌이나 감흥이 없다”며 “해고자 문제가 해결돼야 내 삶에 대한 청사진을 가질 수 있는데 절벽 앞에 막혀있어 바깥 세상을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평소 부인이 2~3일에 한번 꼴로 농성장을 방문하지만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오지 않았다고 했다. 새해 첫 날도 마찬가지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새해 첫 날부터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며 “서로 힘드니까 가족과 통화도 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추위와 외로움과의 싸움 속에서도 굳은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새해 소망을 묻자 “항상 같다”며 “빨리 이 문제가 해결돼서 삼성 노사문화가 변화하고 노동자가 자유로운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철탑에 전기가 닿지 않아 핫팩과 침낭에 난방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대지름 120㎝의 좁은 바닥 가운데에 봉과 컨트롤박스가 솟아나와 있어 허리조차 제대로 펴지 못하고 ‘새우잠’을 자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삼성 해고노동자 이재용(61)씨는 “아직 (김씨의) 건강이 악화되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운동할 수 없어 근육 마비 증세가 한번씩 오고 있다”며 “매연이 심해 기관지도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김씨는 만 60세 정년을 한 달 앞둔 지난해 6월10일 삼성에 재직 시절 노조활동 탄압에 대한 사과와 복직을 요구하며 기습적으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그는 1982년 삼성항공(옛 삼성테크윈)에 입사한 뒤 노조활동을 하다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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