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편파 진행 이의 제기합니다”… 판사, 10여차례 “방해되니 앉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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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공판서 고성 오가며 충돌
재판부, 檢 의견서 진술 요청 거부… 檢 “전대미문의 재판” 강력 항의

“전대미문의 재판을 하고 계십니다.”(검사)

“앉으세요. 재판 진행에 방해됩니다.”(재판장)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 심리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 등의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재판부가 언성을 높였다.

재판부가 11일 검찰의 공소장 변경 요청을 불허하면서 시작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것이다. 송 부장판사는 재판을 시작하며 “재판부의 예단이나 중립성을 지적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문제”라며 “이를 계기로 재판부 중립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11일 재판 과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재판부의 예단 등 각종 이의 제기 의견서를 재판 직전 재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검찰 측에 해당 의견서 내용을 구두로 진술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재판을 진행하면서 마찰이 시작됐다. 검찰은 또 공판 내용을 녹음만 하고 그 내용을 공판조서에 그대로 기록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다. 공소장 변경을 불허한 앞선 재판에서 검찰 측이 강력히 이의를 제기했음에도 공판조서에는 ‘소송 관계자들 이견 없음’으로 기재됐기 때문이다.

19일 재판에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의 고형곤 부장검사는 “재판장님, 죄송하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건 저희로선 부당한 것 아닌가 싶다”고 항의했다. 그럼에도 재판장이 발언 기회를 줄 수 없다고 하자 검사들이 한 명씩 일어나 재판부에 항의하는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이에 송 부장판사는 “검사님, 앉으세요”라고 제지했고, 수차례 “제가 몇 번 얘기했어요”라며 말을 잘랐다. 송 부장판사가 착석하라며 검사들을 제지한 건 10차례가 넘었다. 이렇게 10여 분간 검찰은 “이의 제기 발언 기회를 달라”, 재판부는 “이의 기각하겠다”고 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정 교수 측은 동의 없이 녹취된 진술 등이 있다며 검찰의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주장했다. 또 압수수색 영장을 확인하지 못해 위법 수집 증거인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재판부와 검찰 간의 공방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재판부가 변호인의 의견서를 법정 실물화상기에 띄운 뒤 변호인의 구두 진술을 듣고 있자 검찰 측은 다시 반발했다.

검찰 측은 “검사는 발언도 못 하게 하고 변호인은 구체적으로 적시하도록 한다. 편파적으로 진행한 부분, 정식으로 이의 제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30년 동안 재판했는데 이런 재판 진행은 본 적이 없다. 검사님은 재판장 발언 제지에도 일방적으로 발언을 계속한다”고 말하면서 변호인과 검찰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예지 yeji@donga.com·박상준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정경심 동양대 교수#공판준비기일#검찰#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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