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개 전기 도살은 ‘잔인한 행위’…학대다” 재판단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19일 15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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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꼬챙이로 감전시켜 개 도살 혐의
1·2심 "잔인의 개념 확대 해석" 무죄
대법 "사회 인식 고려해야" 파기환송
파기환송심 "인도적 도살 아냐" 유죄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개를 도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개농장주에게 파기환송심도 유죄 판단했다. 전기로 도살하는 방법이 동물보호법상 ‘잔인한 행위’에 해당하고 이를 처벌 가능하다고 본 대법원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형두)는 19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개농장주 이모(67)씨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고 이를 유예하는 판결을 했다.

이씨는 지난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도축시설에서 개를 묶은 상태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주둥이에 대어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죽이는 등 연간 30마리 개를 도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의 쟁점은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어떻게 해석할지 여부였다.

1심은 “동물보호법에서 예시로 목을 매다는 행위를 들고 있을 뿐 ‘잔인한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마련해 두고 있지 않다”면서도 “‘잔인’의 개념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할 경우 처벌 범위가 무한정 확장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도 “관련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거나 그 업계 종사자가 쉽게 알 수 있는 ‘잔인하지 않은 도축 방법’이 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무죄로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특정 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은 해당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자체 및 그 방법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주므로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유죄 판단했다.

이씨가 개 도살에 사용한 쇠꼬챙이에 흐르는 전류의 크기, 개가 감전 후 기절하거나 죽는데 소요되는 시간, 도축 장소 환경 등 전기를 이용한 도살 방법의 구체적인 행태, 그로 인해 개에게 나타날 체내·외 증상 등을 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기환송심도 이같은 대법원 취지에 따라 이씨의 도살 방법은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어떤 행위가 잔인한 것이냐는 부분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동하는 것이고 유동적이며 사상, 종교, 풍속과도 깊이 연관된다”며 “따라서 이 사건에서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는 집단의 주관적 입장이 아니라 사회 평균인 입장에서 그 시대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해당 도살방법의 허용이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동물별 특성 및 도살로 인해 겪을 수 있는 고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특정 도살방법 자체가 사회통념상 객관적, 규범적으로 잔인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 근거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의 의견서를 인용했다. 해당 교수의 의견서에 따르면 도살은 동물이 반드시 사전에 의식을 잃게 해야 하고, 인도적인 전기 안락사 방식은 뇌에 전류를 통하게 해 ‘대발작’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씨가 한 도살 방법은 무의식을 유발하기 어려워 인도적 도살 방식이 아니라고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이씨의 도살 방법은 즉각적 무의식 상태에 이르게 하는 점에 대해 아무런 고려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국제협약 등과도 동떨어진 방식”이라며 “이 과정에서 도살되는 개는 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씨의 행위는 잔인한 방법에 따라 동물을 죽인 것으로 결과적으로 이는 학대에도 해당한다”면서 “이씨는 이같은 방식으로 약 5년이라는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도살했고, 이 과정에서 고통을 겪으며 죽음에 이른 개가 상당수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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