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한열 모친의 편지…“죽어나가는 홍콩, 가슴 아프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4일 0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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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민주화 지지' 연세대 모임 편지 전달
"홍콩 선거 통해 민심 확인…쭉 밀고 가야"
"당시 아들에 '시위 나가도, 맨 앞은 안돼'"
"홍콩학생들 한명도 더 다치지 않길 바라"
지지모임 "유학생들 대부분 이한열 알아"
"韓민주화투쟁 역사 번역, 본국 보내기도"

고(故)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씨가 홍콩의 ‘범죄인 인도(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4일 ‘홍콩 민주 항쟁을 지지하는 연세인 모임(홍콩 지지 모임)’에 따르면 배씨는 지난달 28일 이 모임에 전한 편지를 통해 “홍콩 학생들이 죽어 나가는 게 제일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이겼다던데, 이를 통해 민심을 확인한 것이다. 그대로 쭉 밀고 가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응원했다.

배씨는 “한열이는 대학에 가기 전까지 광주에서 그 사달(5·18민주화운동)이 났다는 것을 몰랐다가 대학에 가서 알게 됐다”며 “광주 사람이면서도 광주 항쟁과 학살의 역사를 몰랐었다는 부채감 때문에 계속 시위에 나가 앞에 섰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나는 부모니까 한열이에게 ‘남자가 불의를 보고도 못 참는 건 맞다’, ‘시위에 나가도 좋으니 맨 앞에만 서지 마라’고 했지만 이를 말릴 수 있었겠느냐”며 “(홍콩 학생들이) 단 한 명도 더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남겼다.

홍콩 지지 모임 소속 오제하씨는 지난 3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1987년 6월 항쟁의 상징과도 같은 분의 어머님께 홍콩의 민주항쟁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부탁드렸더니 말씀해주신 내용”이라며 “홍콩 사람들이 (외국으로부터) 고립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하고 싶어 연락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본인도 아들을 잃으셨던 분이기 때문에 홍콩 학생들에게 ‘용기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며 “홍콩 유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홍콩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영화 ‘1987’, ‘택시운전사’ 등을 자주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오씨는 “유학생들 대부분이 이한열 열사를 알고 있었다. 한국의 1980~90년대 민주화 투쟁 역사를 공부한 뒤 번역해 본국에 보내주기도 한다고 들었다”며 “홍콩 시위가 계속되는 한 지지 활동들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세대 재학생 13명으로 구성된 이 모임은 지난달 중순께 만들어진 후 캠퍼스 내에서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한열(사망 당시 21세) 열사는 연세대 경영학과 재학 중이던 1987년 6월9일 ‘6·10대회(고문살인 은폐 규탄 및 호헌 철폐 국민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에서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을 뒷머리에 맞고 쓰러졌다. 의식을 잃어버린 그는 약 1개월 뒤인 7월5일 숨졌다.

이 사건은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돼 그 해 6월29일 대통령직선제 개헌의 초석이 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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