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수사 의혹 속 ‘울산 고래고기 환부사건’ 재조명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2일 14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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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이 증폭되는 가운데 검·경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인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며 김 전 시장 측근 수사와 고래고기 환부사건을 지휘했던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시장 측근 수사는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인지 검찰이 불순한 의도로 무리한 불기소 결정을 한 것인 지 따져봐야 한다”며 “울산경찰은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선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이 김 전 시장 측을 사찰하기 위해 울산을 방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의혹을 부인하며 당시 특감반이 고래고기 사건을 두고 검·경이 서로 다투는 상황을 조율하고자 울산에 간 것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울산 고래고기 환부사건은 경찰이 범죄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를 검찰이 유통업자에게 돌려주자 이를 둘러싸고 벌어진 울산지역 검·경간 대표적인 갈등 사례다.

울산경찰청은 지난 2016년 4월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한 유통업자 6명을 검거하면서 이들이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고래고기 27t(시가 40억원 상당)을 압수했다.

그런데 울산지검은 이 중 6t만 폐기 처분하고 나머지 21t을 한달 만에 유통업자들에게 돌려준 것이다.

이 사건은 한 해양환경보호단체가 고래고기 환부를 결정한 담당검사를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2017년 9월 울산경찰청에 고발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당시 검찰은 DNA 분석으로는 고래유통증명서가 발부된 고래고기와 불법포획된 고기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증거가 부족해 압수된 고래고기를 적법하게 유통업자에게 돌려줬다는 입장이었으나 경찰은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며 맞섰다.

경찰이 사건 수사과정을 수시로 언론에 브리핑하면서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자 검찰은 ‘언론 플레이 중단하고 수사기관은 수사 결과로 말해야 한다’며 경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경찰이 사건 수사를 위해 관련자들에 대한 각종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법리적 하자,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대부분 기각하면서 갈등이 이어졌다.

검찰은 지난해 9월과 10월 고래고기 사건과 관련한 세미나를 2차례나 열어 DNA 분석을 통한 고래 불법포획 판정에는 허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경찰은 두번째 세미나가 열리던 날 DNA 일치 판정이 난 고래고기를 유통업자에게 돌려주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며 갈등은 더욱 불거졌다.

고래고기 환부 결정을 한 담당검사는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해외연수를 떠났다가 1년여 만인 지난해 12월 말 귀국했다.

해당 검사는 경찰에 “원칙과 절차에 따라 고래고기를 처리한 것”이라는 원론적인 내용의 서면 답변서를 보낸 뒤 다른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경찰은 결국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담당검사와 검사 출신으로 전관예우 의혹이 있는 유통업자측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매듭짓지 못하고 유통업자 5명만 검찰에 송치하며 사건 수사를 사실상 중단했다.
고래고기 사건으로 시작된 검·경 갈등은 아직 봉합되지 않은 모습이다.

울산지검은 올해 6월 앞서 경찰이 언론 보도자료로 배포한 의료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래고기 환부사건 담당부서인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 2명을 입건했다.

이에 경찰은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명백한 보복행위’라며 검찰의 거듭된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은 오는 9일 오후 7시 대전시민대학 식장산홀에서 자신의 첫 출판기념회를 북콘서트 형태로 개최한다.

정치적 행보의 출발점으로 보이는 이번 북콘서트의 책 제목은 공교롭게도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다.

[울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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