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서 바라본 함박도…북한군 없지만 주민들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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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4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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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섬인 함박도에 군사시설물로 보이는 건물이 관측되면서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함박도는 산림청 등에 의해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이라는 남한 행정 주소가 부여돼 온 사실이 전해지면서 우리 국토에 북한군시설이 설치된 것이냐는 논란이 크게 일었다.

국방부는 함박도가 정전협정상 도경계선 및 서해 NLL 북쪽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했으며 대한민국 주소지로 돼 있는 것이 ‘단순한 행정착오’라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함박도 시설물에 대해 북한 군 병력이 자급자족을 위해 만든 건물과 군인 막사, 막사를 짓기 위한 기반 지지대가 설치된 것이라며 해안포를 배치할 수 있는 여건은 안 된다고 밝혔지만 인근 도서 주민들은 유사시 대피로가 없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취재진은 24일 국방부 관계자 등과 함께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를 찾았다. 이날 오전 8시42분 인천시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에서 고속단정에 올라탔고 약 40분 간 물살을 가르며 달린 결과 말도 선착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말도는 강화 남단으로부터 약 25㎞ 떨어져 있는데 헬기를 이용하면 외포리에서 10분만에 도착한다. 말도 전방에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이 펼쳐져 있다.

한강하구 중립수역은 경기 파주 만우리에서 시작해 인천 강화군 서도면 불음도까지 약 67㎞ 구간인데 생태환경이 잘 보전돼 생태 관광·연구 분야에서 남북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곳이다.

남북은 지난해 9·19 군사합의서를 통해 한강하구 공동이용에 합의했지만 올해 초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응답하지 않아 답보 상태에 놓인 상황.

이 곳은 간조시 강의 3분의2 이상이 모두 뻘로 드러나는데 이 때 북쪽에선 어패류 채취활동이 관측된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일일 평균 약 30명의 북한 어민이 어패류 채취활동을 하고 있으며 우리측에선 관측장비로 실시간 감시 중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함박도는 말도에서 약 9㎞ 정도 떨어져 있는데 지난 2017년 5월부터 북한군은 레이더와 감시장비를 운용 중이다. 실제로 취재진이 말도에서 함박도를 촬영한 사진에는 북한의 군 시설물과 인공기가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함박도 산 정상에 위치한 큰 철탑 옆에 자그마한 2층 건물과 그 하단에 놓인 건물을 가리키며 “함박도의 군사시설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고 말했다.

산 정상 철탑에는 일반 상선이나 어선에 달려 있는 항해용 레이더가 있다고 한다. 함박도의 설치된 레이더는 2차원 표면만 훑는 레이더로 인천공항의 항공기는 전혀 감시할 수 없다는 부연 설명이다.

그 하단에 놓인 건물의 경우 주둔 병력이 생활하는 주거시설이다. 약 30명 정도 생활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다만 취재진이 망원경으로 함박도를 자세히 들여다봤을 때는 어로 활동을 하는 북한 어민도, 함박도에 주둔 중인 북한 군인도 확인할 수 없었다.

주거시설 옆으로는 태양열 전지판이 있어 자체 발전기를 돌리기도 하지만 지형이 울퉁불퉁해 해안포나 방사포를 배치할 수 있는 여건은 전혀 안 된다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일부 언론에선 북한의 해안포문이 개방됐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이는 숙영시설을 절개지에 만들면서 지반 평탄화 과정에서 지반지지대를 세웠고 이 때 지지대 사이로 구멍이 나 있는 것을 언론이 ‘포문 개방’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군의 입장이다. 실제로 이 구멍 자체도 북쪽 방향으로 나 있다고 한다.

또한 감시레이더에 대해선 북한이 2015년 이후 매년 NLL 북쪽 지역 무인도서 중 한 곳을 감시기지화해왔는데 함박도도 이 연장선상에서의 작업이지 특별히 함박도를 전술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아니라고도 했다.

다만 함박도에서 직접 만난 주민들의 얘기는 군의 설명과는 조금 달랐다. 북한 군사시설로 인해 당혹감을 감출 수 없으며 불안감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말도리에서 거주 중인 홍근기(58) 이장은 “정부에서 일을 잘 하니 별 일 있겠나 싶었는데 9.19 군사합의 이후에도 이런 일(함박도 군사시설 배치)이 일어나니 불안감이 있다”며 “여기 계신 연세 많은 분들도 저한테 불안한 마음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군에 따르면 1960년대까지만 해도 남북 당국간 NLL 통제가 많이 없어 우리 주민들도 간혹 함박도에 소형목선이나 수영을 통해 간 사례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1973년 북한이 경비정 수십척을 NLL 일대에 투입해 무력시위를 펼친 이른바 ‘서해사태’를 분기점으로 우리 주민들은 함박도에 가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남북 군사합의를 통해 이 지역의 민감했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위협적인 분위기를 감소시킨 것이 큰 성과라고 군은 강조했다. 함박도에 있는 레이더도 군사시설이라기 보다는 중국 등 제3국 불법어선들의 어로활동을 막는 용도라는 설명이다.

다만 북한 주민들은 한강하구 중립수역에서 일정 부분 활동을 펼치는 반면 우리 주민들은 원천적으로 접근이 불가한 상태라 우리측의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말도 주민들은 북으로부터의 위협에서 대피하기 위해 말도 우측에 있는 불음도로 통하는 다리나 도로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70년 간 이어졌던 엄중한 대치상황에서 하루 아침에 바뀌긴 어렵다”며 “한강하구 민간선박 자유항행이 이뤄지면 이 곳 어민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겠지만 주민 안전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조치들을 바로바로 실행하긴 어렵다. 건의사항을 해결해나가겠다”고 답했다.

(서울·강화=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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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무인도인 함박도를 두고 ‘영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에서 바라 본 함박도에 북한의 군 시설이 보이고 있다. 2019.9.2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무인도인 함박도를 두고 ‘영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에서 바라 본 함박도에 북한의 군 시설이 보이고 있다. 2019.9.2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무인도인 함박도를 두고 ‘영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에서 국방부 관계자들이 함박도 위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무인도인 함박도를 두고 ‘영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에서 국방부 관계자들이 함박도 위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무인도인 함박도를 두고 ‘영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에서 홍근기(58) 이장이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 있다.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무인도인 함박도를 두고 ‘영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에서 홍근기(58) 이장이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 있다.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말도에서 바라본 함박도의 모습(국방부 공동취재단 제공)

말도에서 바라본 함박도의 모습(국방부 공동취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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