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성윤리 단편영화 튼 교사 직위해제 논란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26일 1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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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육청 "선정적, 일부 부적절 발언도"
해당 교사 "사실관계 확인 조차없이 매도"

광주의 한 중학교 도덕교사가 성과 윤리수업 중에 보여준 10분짜리 단편영화와 일부 발언이 문제되면서 급기야 직위해제되자 신분상의 처분을 둘러싼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청은 문제가 된 동영상이 선정적인 데다 수업 중 일부 발언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인 반면 해당 교사와 일부 시민단체는 “민원 우선주의에 밀려 교권이 침해당했고, 신념있는 한 교사가 생매장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26일 광주시 교육청에 따르면 광주 서부교육지원청은 최근 H중학교 도덕교사 A씨를 경찰에 고발한데 이어 경찰이 정식수사에 착수한 다음날인 지난 24일 A교사를 직위해제했다.

지난해와 올해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일부 학생들의 민원을 토대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 해당 영상이 중1을 포함해 재학생들에게 보여주기에는 부적절한 데다 수업 도중 나온 위안부와 이성 교제 관련 발언에도 일부 문제가 있었고 2차 피해 예방 차원에서 내린 수업 배제와 분리 조치를 거부한 점 등을 고려해 직위해제 처분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9∼10월 1학년을, 올해 3월 2학년생을 대상으로 ‘성과 윤리’ 수업을 진행하면서 프랑스 단편영화 ‘억압당하는 다수(Oppressed Majority)’를 상영했다. 오프닝 음악에 이어 10분동안 이어지는 이 영화는 남자와 여자간 전통적인 성(性) 역할을 뒤바꾼 일명 ‘미러링 기법’으로 성불평등을 다룬 화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육아를 책임진 남성이 여성들에게 성희롱과 성폭행을 당하고, 여성경찰관이 가해여성 편에서 수사를 하고 이에 피해남성이 심적으로 괴로워하는 장면, 남편의 옷차림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나무라는 아내 등이 주요 장면으로 나온다.

아울러 남성들이 상의를 벗고 거리를 활보하는 현실의 모습에 빗대 여성 배우들이 상의를 탈의한 채 공공장소를 거니는 모습과 성희롱 과정에서 남성성기나 특정 성행위를 묘사하는 대사, 여성들이 흉기로 남성을 위협해 성폭행하는 장면 등을 여과없이 담아내 “다소 선정적”이라는 평가 역시 받고 있다.

시교육청은 “설문 결과 성비위로 규정할 수 밖에 없었고 해당 교사가 수업 배제 등은 거부하면서 조사내용 등을 페이스북에 여과없이 실어 피해 학생, 학부모들이 심적 불안감을 호소했다”며 “학생들 입장에서 이번 사안을 처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수업 중에 위안부나 성의식 등과 관련해 일부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는 학생들의 진술도 넉넉히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A씨는 페이스북 등으로 통해 “수업취지나 교육내용에 대한 정확한 확인절차도, 충분한 소명절차도 없이 교육과정의 문제를 난데없이 ‘성 비위’로 단정짓고 민원이라는 이유로 수업을 배제시키고 수사 의뢰하고, 직위를 해제하는 건 상식적으로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이어 “학생들이 문제 삼은 일부 발언도 과거에 문제가 됐던 특정 대학교수의 발언 등을 인용, 잘못을 지적한 것인데, 앞뒤 맥락을 자른 채 마치 나의 발언인 것처럼 자의적으로 편집해 신고했음에도 교사의 말을 듣는 절차는 전혀 없었다. 명백한 교권침해”라며 교육청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학교 측도 25일 자체 성희롱성고충 심의위원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성 비위가 아니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전교조 광주지부는 “성평등 수업을 한 교사를 성 비위로 내몰아 수사의뢰에 직위해제 처분까지 내린 것은 몰상식한 행정”이라며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직위해제는 물론 수사의뢰 등 관련 절차를 모두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번 사안을 성비위로 규정한 교육청 담당부서의 전문성 부재를 인정하고, 현 구조에 대한 개선책을 서둘러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도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교사는 해당 교과서의 성윤리와 양성평등 단원의 집필자로 성평등과 학생인권, 민주시민교육에 공로가 크다”며 “문제가 된 동영상은 여러 여성단체에서 추천하는 자료고 유튜브상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음에도 최소한의 소명 절차를 거치지 않은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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