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어느정도 신체접촉 있었어도 기습키스는 추행”…‘무고 유죄’ 파기

  • 뉴스1
  • 입력 2019년 7월 14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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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 News1
서울 서초동 대법원. © News1
설령 손잡기 등 일정 정도의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해도 상대방이 기습적으로 입맞춤을 했다면 강제추행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기습적으로 키스를 한 직장 선배를 강제추행죄로 신고했다가, 검찰에서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해당 선배로부터 무고죄로 역고소당한 30대 여성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취지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씨(34)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설령 A씨가 사건당일 일정 신체접촉을 용인했다고 해도, A씨는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갖는 주체로 언제든 동의를 번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체접촉을 거부할 자유를 가진다”며 “어느 정도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입맞춤 등 행위까지 동의·승인했다고 인정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또 “성폭행 등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해 불기소처분 내지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그 자체를 무고를 했다는 적극적 근거로 삼아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 방송사에서 파견직으로 일하던 A씨는 2014년 5월 직장 선배인 B씨에게 기습키스 등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그러나 B씨는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됐다.

그러자 B씨는 A씨를 무고죄로 고소했다. 검찰이 이 역시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하자 B씨는 불복해 재정신청을 냈고, 이를 심리한 서울고법이 공소제기 결정을 내리며 재판이 시작됐다.

A씨 신청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선 배심원 평결 6대1로 다수의견이 유죄로 나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이 선고됐다.

A씨 측은 ‘B씨의 성폭행 사실이 형사상 범죄로 증명됐는지와 별개로 A씨는 피해사실을 사실대로 고소했을 뿐 무고한 사실은 없다’고 항소했다.

그러나 2심은 사건 당일 폐쇄회로(CC)TV영상을 들어 “A씨와 B씨가 자연스럽게 신체접촉을 하는 듯한 장면이 다수 나타난다”며 “A씨가 B씨 행위로 실제 두려움을 느꼈다면 근처 편의점 직원이나 남자친구에게 도와달라고 했을 텐데, 이같이 대처하지 않은 건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A씨 행동을 근거로 그의 진술 증명력을 배척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이 유죄인정 근거로 밝힌 사정들은 A씨 고소내용이 객관적으로 허위임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삼기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A씨가 주장하는 강제추행이 있기 전 다른 신체접촉이 있었다거나, A씨가 강제추행을 당한 직후 공포감을 느껴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는지는 A씨가 B씨로부터 일순간에 기습추행을 당했는지 여부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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