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전야’ 과로사 내몰리는 집배원…인력 부족인가 vs 인력 불균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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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2일 0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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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광화문 우체국에서 직원들이 우편물을 싣고 있다. 2019.6.15/뉴스1
25일 서울 광화문 우체국에서 직원들이 우편물을 싣고 있다. 2019.6.15/뉴스1
“죽어가는 집배원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집배인력 늘려 달라.” vs “수도권만 일이 몰려 젊은 집배원들이 고생하지 지방은 집배원이 남아돈다.”

집배원의 잇단 과로사로 전국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이 ‘집배원 증원’을 요구하며 역사상 첫 총파업을 결의했지만 문제는 ‘인력부족’이 아닌 ‘인력불균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정사업본부 노사는 지난 1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쟁의조정 기한을 오는 5일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달 26일 예정된 조정기한을 1일로 연장한 데 이어 5일로 재연장했다. 135년 역사상 첫 파업이라는 극단적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사가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집배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노조의 강성발언은 여전하다.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은 “올해만 9명의 집배원이 과로 등으로 목숨을 잃었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우본은 ‘돈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며 “집배 인력 충원만이 현 상황을 타파할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또 이 위원장은 “사측에서 제시하고 있는 인원 충원 숫자로는 주5일제가 불가능하다”며 “(완전한 주5일제를 위한) 토요일 근무 폐지를 위해서는 약 2000명의 집배원을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본측은 서울·경기 등 일부 지역만 집배 인력이 부족한 불균형 문제를 지적한다. 부족한 인력 규모도 노조의 주장과는 달리 약 400명으로 보고 있다.

우본 관계자는 “집배부하량 산출시스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400명 정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서울·경기·인천·부산·대전 및 충청권은 집배 인력이 부족하지만 나머지 지역은 인원이 남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본의 ‘집배부하량 산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7년을 기준으로 우편물량이 적어 ‘노는’ 인력이 있는 우체국은 도서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총 162국이다. 신도시 개발 등으로 세대수가 급증한 지역은 7300여 명의 집배원들이 14시간가량 초과근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우본은 기획추진단의 권고대로 약 590명의 잉여 인력을 신도시 지역의 62국 우체국으로 재배치할 계획을 세웠지만 노조의 반대로 좌절됐다. 평생 지켜온 ‘일 터전’을 떠날 수 없다는 입장에서다. 결국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만 기다리는 실정이다. 반면 신도시 등 택배물량이 급증하는 곳에서 집배원은 초과근무의 연속이다.

인력재배치가 무산된 이후에도 과로사가 잇따르자 우본은 집배인력을 늘려왔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집배인력을 1700명 증원했다. 지난해만 1112명 늘었다. 전년 대비 5.8% 증가율이다.

전체 노동시간도 개선됐다. 지난 4월 기준 집배원 1인당 배달물량은 869통으로 지난 2015에 비해 4년간 약 13.5% 줄어들었다. 노동시간도 2488시간에서 2403시간으로, 초과노동시간도 11.8시간에서 9.1시간으로 감소했다.

우본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노조는 인원재배치는 근무환경의 하향평준화며 현재 집배부하량 산출시스템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반발한다.

우본의 ‘집배부하량 산출시스템’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했다. 집배업무를 통상우편·등기·소포 등 단위업무별 표준시간으로 정의해 집배원이 수행한 결과를 표준시간으로 계산해 부하량을 산출한다.

노조 관계자는 “우본이 언급한 인원 재배치는 사실상 근무 환경의 하향평준화”“라며 ”현재 집배부하량 산출시스템 자체가 불합리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기준“이라고 맞섰다. 집배부하량 산출시스템은 기본으로 보장돼야 하는 휴게시간, 기상 상태, 집배원의 연령 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업무량을 일괄적으로 계산해서 산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우본 측은 ”2012년 처음 집배부하량 산출 시스템을 만들 때 연령 등의 특성도 다 고려해서 전국에서 약 2400명의 집배원 표본을 뽑았다“며 ”박사급 연구원들이 캠코더로 촬영해 집배원들을 따라다니며 행동분석해 만든 시스템인데, 노조가 말하는 기후변화 값도 다 감안했다“고 반박했다.

또 ”처음 집배부하량 산출시스템을 만들 때도 노조에서 참여했고 이후로도 노조원들이 참여하는 내부 TF를 만들어 2차례 개선한 집배부하량 산출시스템 트집잡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우정노조는 공무원 2만여명과 비공무원 7000여 명이 가입한 우본 내 최대 규모 노동조합으로 노동운동이 허용되는 유일한 공무원 노조다. 또 우본은 공무원이면서 정부 예산을 받지 않고 이익잉여금을 오히려 정부 재정으로 내놓는 유일한 조직이기도 하다.

정부 관계자는 ”우정노조는 돈을 버는 조직이라 민간기업처럼 파업을 할 수도 있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공무원이 국민의 불편을 초래할 ‘물류대란’을 일으키는 문제에 대해 부담이 없을 수가 없다“며 ”극단적 충돌을 피하고 노사가 원만한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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