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계약직 대학 연구원, 갱신기대권 인정시 해고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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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2일 0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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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해고 무효 1심 폐소에 항소…2심도 기각
“1심사실인정과 판단 정당…미지급 급여액만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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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동안 대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 뒤 계약 만료를 통보받은 연구원에 대해 2심도 계약 만료는 무효라고 인정했다. 비정규직이라 할지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면 계약이 연장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의 판례를 유지한 셈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5부(부장판사 이동근)는 최근 1심에서 ‘계약직 연구원 A씨에 대한 해고는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받고 항소한 연세대학교에 대해 A씨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과 관련된 부분만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나머지 항소는 기각한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7년 2월 연세대로부터 근로계약 만료 통보를 받은 뒤 “장기간의 연속 근무로 인해 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며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또 전년도까지 높았던 A씨에 대한 평가점수를 급격히 하락시켜 이를 근거로 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것은 연세대의 자의적이고 부당한 평가라고 주장했다.

A씨는 2011년 3월 연세대 선임연구원(박사)으로 임용된 이후 1~2년씩 모두 4차례 계약을 맺으며 6년 동안 연세대에서 근무했다. 네 번째 계약이 만료될 무렵인 2016년 12월 연세대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A씨에 대한 평가에서 종합 50점을 부여했다. 연세대는 Δ재임용 점수 기준(80점) 미충족 Δ소속기관장의 추천 미취득 Δ계약 기간 종료 등의 사유로 2017년 1월 A씨에게 근로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연세대 측은 A씨에게 계약 갱신기대권이 존재하지 않고 원고에 대한 재임용 평가는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연세대 교육전문연구원 임용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교육전문위원의 총 임용기간은 박사학위 소지자의 경우 6년’이다. 다만 박사학위 소지자는 업적이 탁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소속 기관장의 추천 등을 거쳐 6년을 초과할 수 있다.

또 재임용 세부 규정에는 학기별 인사평가 점수의 평균이 80점에 미달할 경우 재임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도 존재한다. 연세대는 A씨의 인사 평가 점수가 재임용 기준에 충족하지 못했고, 소속기관장의 추천이 없었기 때문에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1심은 이 사건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쟁점을 나눠서 판단했다. A씨에게 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연세대가 A씨의 재임용을 거부한 결정이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다.

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과 관련해 1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어 “근로자에게 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부당하게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라며 “이 경우 근로관계는 종전 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세대가 내부 규정상 6년을 초과하여 재임용하는 경우 더 엄격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6년 동안 A씨보다 낮은 점수를 받기도 했던 다른 3명은 초과 계약을 체결한 점 등을 종합하면 A씨에게는 재임용 기준 80점이 넘으면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인정했다.

A씨가 인사평가에서 50점을 받은 부분과 관련해서도 1심은 공정성이 결여됐다고 봤다. A씨는 2015년 소속부서 센터장으로 부임한 B교수와 여러 차례 마찰을 빚었는데, B교수가 인사위원회 위원장이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평가를 담당한 B교수와 A씨 사이에 심리적인 갈등 관계에 있었고 볼 수밖에 없다”며 “그 갈등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의적 평가의 위험성을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A씨가 B교수를 존중하지 않는 부적절한 태도를 보인 점 등은 인정했지만, 이러한 사정이 A씨의 재임용 거부 결정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연세대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2016년 현저하게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하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연세대가 A를 해고한 것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또 A씨가 소송을 제기한 날부터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약 43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A씨가 연세대로부터 4차 계약 기간 동안 지급받았던 급여액이다.

2심 재판부는 “연세대의 항소이유는 1심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며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연세대가 지급해야 할 금액 중 A씨가 계약 만료 통보를 받은 뒤 얻은 수입에 대해서는 일부 공제한 뒤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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