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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팔리지 않은 음식 팝니다” 음식물 쓰레기와 싸우는 식료품점

입력 2019-04-22 14:26업데이트 2019-04-24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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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심장]
프랑스 ‘Nous Épiceries Anti-Gaspi(음식물 쓰레기와 싸우는 식료품점)’에서 판매하는 못생긴 오이. “오이치고는 이상하게 생겼지만, 이건 우리 사이의 비밀로 해요”라는 유머섞인 문구가 적혀있다. 촬영 Julien Caktus

《동아일보를 포함한 세계 18개 언론은 이달 28일까지 쓰레기, 공해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조명하는 ‘지구의 심장(Earth Beats)’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는 세계 50여 개 언론사가 사회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보도하는 ‘임팩트 저널리즘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이상한 모양의 오이, 유통기한이 가까워진 요거트, 포장이 약간 찌그러진 쿠키…. 이는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지방에 새롭게 문을 연 ‘Nous Épiceries Anti-Gaspi(음식물 쓰레기와 싸우는 식료품점)’에서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다른 가게들과 달리, 이 식료품점은 버려질 뻔한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음식물 쓰레기를 적극적으로 줄여가고 있다.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ADEME)에 따르면, 이 시장은 매우 크다. 프랑스에서만 매년 약 1000만 t의 음식물이 폐기되고 있다. 이 중 산업 생산자와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폐기물이 53%이며, 유통업자와 최종 소비자들은 폐기물의 47%를 만들어낸다. 아직 먹을 수 있는 음식물을 버리는 것은 물이나 농경지 같은 천연 자원을 낭비하는 데 일조한다.

식량과 자원의 낭비를 막기 위해 프랑스 사업가 샤를 롯만(Charles Lottmann)과 뱅상 쥐스탱(Vincent Justin)은 팔리지 않은 식품을 파는 식료품점을 설립했다. 이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은건 롯만이었다. 그는 1년간 프랑스 기업 ‘피닉스(Phénix)’가 운영하는 브랜드 ’Les gueules cassées(다친 얼굴)‘에서 일했다. 이 브랜드는 겉에 흠집이 있는 과일과 채소를 슈퍼마켓에서 할인된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주력해왔다. 쥐스탱은 이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프랑스 브르고뉴 지방에 있는 ‘Nous Épiceries Anti-Gaspi(음식물 쓰레기와 싸우는 식료품점)’외관. 6월이면 지점이 4곳으로 늘어난다. 촬영 Julien Caktus
두 사람은 자신들이 저축해온 자금,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을 모았다. 그리고 피닉스로부터 외부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논의과정을 걸쳤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외부 투자를 돈을 모았다. 1호점은 지난해 5월 프랑스 브르타뉴 렌 인근 멜레스(Melesse)에 문을 열었다. 1호점 성공에 이어 2호점이 지난해 11월 브르타뉴 지방 북쪽 해안가인 생말로 인근 생주앙데게레(Saint Jouan-des-Guérets)에 문을 열었다. 왜 브르타뉴 지방일까? 롯만은 “브르타뉴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농업 지역이다. 이 지역의 많은 생산자들이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역 주민들은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법은 간단하다. 롯만은 “우리는 직접 생산자로부터 팔리지 않은 식료품을 제공받는다. 현재 공급자는 200명 정도인데, 이들 중에는 식료품을 2~3일에 한번씩 배달하는 소규모 지역 시장 생산자도 있고, ‘다논(Danone)’ 같은 대규모 식품기업도 있다. 공급자의 수는 매주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식료품점에선 과일부터 채소, 저장식품, 음료, 냉동 식품, 신선한 육류나 생선, 그리고 단종되거나 포장이 손상된 미용과 위생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이 팔린다. 롯만은 “4인 가족은 자신들이 필요한 식료품의 최대 75%를 이 곳에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판매 제품은 매주 바뀌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에 적응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일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똑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꼭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대체품을 사는 것도 의미가 있다. 기존 식료품 브랜드 제품보다 30% 가량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만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볼 때 ‘음식물 쓰레기와 싸우는 식료품점’에서 쇼핑을 하는 4인 가족은 매달 약 200유로(약 25만6000원)를 절약할 수 있다.


현재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쇼핑 카트에 담는 제품들의 총 가격은 25유로(약 3만 원) 정도다. 제품 당 평균 가격은 1유로(약 1200원)에 불과하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컨셉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고객들의 수는 매일 늘고 있다. 싸고 질 좋은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과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이 재활용 판지로 만든 가구와 중고 카트를 끌며 쇼핑한다. 멜레스 지점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고객 피에르는 “음식물 쓰레기의 일탈과 맞서는 아름다운 이니셔티브”라고 글을 남겼다. 고객 오로라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할 기회를 제공해줘서 고맙다”고 썼다. 또다른 고객 카롤린은 “매주 다른 제품이 판매되기 때문에 식사를 다양하게 준비할 수 있다”고 후기를 남겼다.


가게 매니저들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프랑스에서 매년 버려지는 음식물 1000만 t은 이산화탄소 등가물 1530만 t에 해당한다. 롯만은 “각 식료품점은 매달 음식물 35t이 폐기되는 걸 막는데 이는 81t의 온실가스가 대기로 방출되는 것을 막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우리의 컨셉을 증명했기 때문에, 진정한 개발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주주들과 함께 2차 외부 자금조달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에는 렌에, 6월에는 프랑스 서부 라발에 각각 새 가게가 문을 연다. 이 업체는 현재 20명의 직원을 두고 있지만 향후 3년 내 20개 지점을 열 계획이다. 선진국에선 음식물 쓰레기 문제가 만연하기 때문에 이 컨셉은 국경을 넘어 확산할 수 있다.


카롤린 드 말레(Caroline De Malet) 프랑스 르 피가로(Le Pigaro) 기자
번역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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