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송이 튤립축제’ 신안에서 추억을 만드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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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고향에선]

전남 신안군 임자도 대광해변 일대에서 100만 송이 튤립이 원색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12일 개막한 축제는 21일까지 이어진다. 신안군 제공
전남 신안군 임자도 대광해변 일대에서 100만 송이 튤립이 원색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12일 개막한 축제는 21일까지 이어진다. 신안군 제공
전남 신안군 지도읍에서 배로 15분 거리인 임자도는 요즘 튤립 천지다. 대광해수욕장 인근 튤립공원과 진리나루터에서 공원에 이르는 7km 길에 심어진 100만 송이가 만개했다. 빨강 노랑 파랑 보라 주황 등 색색의 튤립이 바닷바람에 하늘거리며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빨간 풍차와 원색의 꽃이 한데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경은 네덜란드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이현윤 신안군 대광개발사업소 튤립담당은 “올해는 꽃이 빨리 피어 이번 주가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며 “매년 4월 중순에 열리는 튤립축제에 섬 전체 인구(3800여 명)의 25배가 넘는 10만여 명이 찾는다”고 말했다.


○ 100만 송이 튤립 장관

12일 개막해 21일까지 이어지는 ‘신안 튤립축제’는 동양 최대 규모의 백사장(12km)인 대광해변과 튤립재배단지를 연계해 조성한 튤립공원이 주무대다. 이곳에서는 튤립 50여 종과 리빙스턴데이지, 라넌큘러스, 팬지 등 봄을 대표하는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신안군은 임자도에 수입에만 의존했던 튤립 구근(알뿌리)을 2002년부터 대파를 대체할 작목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농업기술센터와 대학이 손을 잡고 시험 재배에 성공하면서 대규모 튤립 재배지를 조성했다. 튤립이 꽃을 피우는 시기에 맞춰 2008년 처음 개최한 축제가 성공하면서 12년째 튤립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세상에 하나뿐인 튤립화분 만들기, 생활도자기 튤립그림 그리기, 소금동굴 탐험 등 체험행사가 풍성하다. 말을 타고 여유 있게 튤립 꽃밭을 돌아볼 수 있는 승마 체험과 시골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우마차 투어도 할 수 있다. ‘KISS 포토존’에서 연인 간 인증사진을 제시하는 여행객에게 선착순으로 튤립화분을 증정한다. 자전거를 빌려 임자도 여기저기를 돌아보며 여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풍차 전망대와 튤립 모래 조각상 등 볼거리도 많다.

현재 임자도는 배로만 갈 수 있지만 2021년 3월 지도읍과 수도, 임자도를 연결하는 임자대교(4.99km)가 완공된다. 축제 기간에 지도읍 점암나루터에서 임자도 진리나루터까지 철부도선 세 척이 20∼3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진리나루터에서 행사장까지 셔틀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문의 신안군 대광개발사업소


○ 사계절 꽃피는 천사 섬

신안군은 다도해 섬들을 꽃으로 꾸미는 ‘꽃 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섬에 어울리는 꽃을 심어 사계절 꽃을 볼 수 있는 정원으로 가꾸는 사업이다. 신안을 이른바 ‘플라워’와 ‘유토피아’를 합친 ‘플로피아’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임자도가 ‘튤립 섬’으로 자리를 잡은 데 이어 지도읍 선도는 수선화 섬으로 변신했다. ‘수선화 여인’이라 불리는 현복순 할머니(88)가 10여 년 전부터 10여 종의 세계 수선화를 앞마당에 심어 매년 3, 4월이면 마을에 수선화 향이 가득하다. 신안군은 천혜의 자연경관과 수선화 여인의 스토리를 연계해 지난해 가을부터 선도에 7ha의 수선화 재배단지를 조성했다. 지난달 29일부터 4월 7일까지 열린 제1회 수선화 축제는 광활한 수선화 재배단지가 보리밭길, 해변과 어우러져 관광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전국 최초 슬로시티 증도는 향기 나는 나무, 자은도는 자귀나무, 안좌도는 김환기 화백 그림의 주 소재가 된 매화를 가꾼다.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이 진행 중인 반월·박지도는 라일락과 함께 다년생 보라색 화초류를 심어 ‘퍼플 섬’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한국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하의도에는 무궁화를, 비금도와 도초도에는 각각 해당화와 수국 정원을 조성한다. 압해도는 수년 전부터 ‘동백섬’으로 불리고 있다. 국내 최대 크기의 분재공원에 5000여 그루의 동백나무와 애기동백나무가 설경(雪景)과 함께 꽃을 활짝 피우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025년 세계 꽃 박람회 개최하겠다”… 박우량 신안군수 인터뷰▼

“섬 하나하나를 꽃으로 가꿔 ‘세계 꽃 박람회’를 개최할 겁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꽃을 볼 수 있는 섬이라면 세계적인 화젯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박우량 전남 신안군수(64·사진)는 17일 “신안은 섬마다 고유한 표정과 빛깔, 감촉이 있다”면서 “섬 특성에 맞는 꽃나무와 다년생 화초를 심어 그 섬에서 세계인이 만나는 축제를 2025년에 열겠다”고 밝혔다.

―‘천사 섬’ 신안은 어떤 곳인가.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홍도와 흑산도, 가거도 외에도 해안선이 원을 그리듯 아름다운 도초 시목, 사랑의 하트 모양 해변 비금도 하누넘해수욕장, 자은도 백길해수욕장 등 아름다운 풍광에 낭만이 깃든 곳이 많다. 가족 단위 휴양지로서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왜 ‘천사 섬’인가.

“신안군에는 2018년 12월 현재 1025개의 섬이 있다. 이 중 나무가 없는 섬을 제외한 섬이 1004개다. 이를 ‘1004=천사’의 이미지가 떠오르도록 ‘천사(1004)의 섬 신안군’으로 브랜드화했다. 신안군의 ‘천사(1004)’는 성공한 로컬 브랜딩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자신한다.”

―천사대교(총길이 10.8km)가 최근 개통했는데….

“천사대교가 말 그대로 ‘천사’가 돼주고 있다. 목포항과 송공항으로 연계되는 농수산물 등 각종 물동량의 약 85%를 천사대교가 소화하고 있다. 연평균 117일 교통이 두절되던 10개 읍면과 640개 도서 간 전천후 해상교통망을 구축해 주민들의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나아질 것이다.”

―‘1읍면 1미술관 또는 박물관’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신안의 빼어난 자연 풍광을 보러 오는 관광객에게는 볼거리를 늘리고 섬 주민에게도 문화 향유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이세돌바둑기념관은 조성을 마쳤고 올해 말까지 자은수석전시관, 조개고둥박물관, 안좌 화석공물박물관, 하의 천사상 야외조각 박물관이 들어선다. 하의도에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정치사진 박물관을, 신의도에는 폐교를 활용해 동아시아 평화와 인권 미술관을 계획하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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