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조용휘]민자 유료도로에 부산 주민들 허리 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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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편도 1만8600원, 왕복 3만7200원. 승용차로 부산의 모든 유료도로를 이용하면 내야 하는 통행료다. 이 요금은 승용차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때와 똑같다.

1일부터는 천마터널이 개통돼 부산이 자랑하는 총길이 52km의 ‘꿈의 해안순환도로망’이 완성됐다. 광안대교∼부산항대교∼남항대교∼천마터널∼을숙도대교∼신호대교∼가덕대교∼거가대로로 이어지는 이 도로는 환상적이지만 그 대가로 통행료 1만5200원을 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유료도로에 대한 시민 저항과 요금 인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의 유료도로는 8곳으로 시가 운영하는 광안대로를 빼면 전부 민자도로다. 전국 민자유료도로 27곳 중 7곳(26%)이 부산에 몰려 있다.

도시의 지형적 특성상 터널과 교량 건설이 부득이하지만 결국 시민 지갑이 담보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민자 유료도로가 ‘세금 먹는 하마’라는 점이다.

자치단체와 민간 사업자 간 실시협약을 하면서 실제 통행량이 예측 통행량에 미치지 못해 발생한 손실액을 자치단체가 예산으로 지원해주는 최소운영수익보장(MRG)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아무리 도로 건설에 막대한 건설비가 들어가고 경제적 효과가 크더라도 시민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는 구조다. 통행료 산정 기준 과정에 전문가나 제3자도 참여시키지 않아 불신이 크다. 예측 통행량에 따라 수입도 크게 달라진다.

이에 반해 관리운영권자는 통행료 징수 기간인 최소 25년에서 최고 40년간은 땅 짚고 헤엄치기다. 유료도로는 초기 자금만 투자해 놓으면 ‘마르지 않는 샘’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2011년 개통된 거가대로는 2050년까지 40년간 비용 보전을 받는다. 통행료는 승용차 1만 원, 중형차 1만5000원 등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 통행료 수입은 2017년 830억 원, 지난해에는 744억 원이었다. 지난해 시에서 지원한 돈만 192억 원이었다.

2000년 1월과 2002년 4월 각각 개통된 백양산터널과 수정산터널은 25년간 MRG로 운영된다. 2017년 기준 백양산터널은 개통 후 통행료 수입 3293억 원, 시 재정 지원 415억 원 등 총 3708억 원을 벌었다. 투자금은 893억 원이었다. 민자 772억 원이 투입된 수정산터널은 통행료 수입 2054억 원, 시 재정 지원 1224억 원 등 3278억 원을 벌었다. 두 터널은 아직 운영 기간이 6∼8년 정도 남았지만 투자비용 대비 통행료 수입과 시 재정 지원은 투자비를 훌쩍 넘었다.

이런 식으로라면 앞으로 시에서 각 유료도로에 지원해야 할 지원금은 6790억 원으로 추산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시민의 혈세 투입과 시 재정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11개 단체가 참여한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거가대로 통행료 인하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백양터널을 공익 처분해 통행료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부산 지역 주민들은 을숙도대교 통행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민자사업이라도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도로는 공익성이 우선돼야 한다. 시민에게 정보 제공과 수입구조 점검도 필수다. 예측으로 수익률을 고정화한 것은 우습지 않은가. 사업 시행만으로 기업 가치가 상승되고 자산평가에서 이득을 챙긴 만큼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민간사업자들의 통행료 인하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silent@donga.com
#민자 유료도로#천마터널#해안순환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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