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MB 증인 출석…“당선 유력하다고 보고 지원”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27일 14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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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 소환장 송달 안됐지만 직접 출석해
1심, 이학수 자수서로 삼성 뇌물 유죄 판단

이학수(73)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명박(78)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증인으로 나와 “수십억, 수백억이 들지 모르고 이 전 대통령 측이 요청하니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부회장은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27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항소심 15차 공판기일에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 2006년 3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삼성 전략기획실장,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거치면서 이건희 회장을 보좌한 인물이다. 삼성이 다스 미국 소송 비용 61억여원을 지원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해 1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 유죄 혐의가 인정되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날 “통상 변호사가 미국에서 법률 비용이 좀 들어간다고 하는데 수백억 이렇게 상상은 힘들다. 저는 그렇게 생각했다”며 “금액이 저희한테 중요한 게 아니고, (다스 소송을 대리한 김석한 변호사를 통해) 그런 요청을 하니 그럼 저희로서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변호사의 요청을 받을 당시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게 유력하다는 사실도 고려했냐”는 검찰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의 요청에 따른 지원이지 삼성 측에서 먼저 지원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에게 지원하는 자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혹은 어디 사용될 것인지 확인해봤냐”는 질문에는 “그 때 확인한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률비용으로 사용됐는지 다른 데 사용됐는지 정확히 모르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2007년 하반기 처음 자금 지원 요청을 받고, 2008년 하반기·2009 상반기에 재차 지원을 요청받는 상황도 이 회장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도 이 전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금이나 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는게 이 전 부회장 설명이다.

다만 자신이 이 전 대통령과 따로 친분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2008년 4~6월 사이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있냐’고 묻는 이 전 대통령 측 질문에 “기억이 없다”며 “이 전 대통령 재직 시절 독대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 전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 그런 게 전혀 아니고 옛날에 현대를 그만두고 골프하는데 같이 (나간 것 말고는) 그 외에 무슨 개별적으로 만나거나 한 기억이 없다”고 부연했다.

김백준(79)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지난 2012년 찾아와 ‘삼성이 다스 소송을 대리하는 에이킨검프에 지급한 돈 중 남은 돈을 김 변호사가 보관하고 있으니 돌려 받게 해달라’는 이 전 대통령의 요청을 전해 들었냐는 취지의 변호인 질문에는 “저는 그렇게 기억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기획관에게 저는 회사를 그만둬서 알아보기 어렵다고 그렇게 이야기했지 싶다”고 언급했다.

당시 상황 역시 이 회장에게 보고했는지에 대해서는 “저는 이미 그 때 회사를 그만둔 뒤라 회장님을 뵙고 말씀드릴 처지가 아니었다”며 “2010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연락주고받을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이 전 부회장은 ‘폐문무재’로 증인소환장 송달이 안 돼 출석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이 전 부회장은 지난 1월9일 열린 2차 공판에서 ‘폐문부재’로 소환장 송달이 안 돼 불출석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1992~2007년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39억원을 조성(횡령)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억7000여만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16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단,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원을 선고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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